https://theathletic.com/1611938/2020/02/19/psg-neymar-champions-league-dortmund/
By Jack Pitt-Brooke
라호즈 주심이 경기 종료 휘슬을 불었다. 네이마르는 곧바로 터널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가는 도중에 제이든 산쵸와 재빠르게 포옹을 하고 몇마디 주고 받긴 했지만, 어쨌거나 경기장에 오래 머무르면서 다른 선수들과 친목을 다질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그리고 음바페도 네이마르의 뒤를 이어 곧바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남아있는 PSG 선수들은 경기장의 북동쪽 구석에 앉아있던, 팀을 위해 먼 길을 달려온 팬들에게 향했다. 프레스넬 킴펨베가 앞장섰고, 그 뒤를 파블로 사라비아, 마르키뉴스, 레뱅 퀴르자와, 치아구 시우바, 케일러 나바스, 이드리사 게예 그리고 틸로 케러가 이었다. 마르코 베라티는 도르트문트 선수들에게 축하의 뜻을 전했다. 그리고 도르트문트는 팬들(Yellow Wall) 앞에서 승리를 자축했다.
20분 전만 하더라도 그날 밤은 파리 선수들이 차지할 것만 같았다. 네이마르가 음바페의 크로스를 손쉽게 득점으로 연결하며 1-1 동률을 이루었다. 그 경기에서 이 두 선수가 처음으로 합작해낸 생산적인 플레이였다. 파리는 원정골을 기록했고, 다음 달에 있을 2차전을 덜 부담스럽게 가져가는 듯 보였다. 물론 2분만에 상황이 다시 역전되었지만, 동점골을 넣을때만 하더라도 PSG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향한 프로젝트는 희망적이었다. 그간의 투자가 헛되지 않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엘링 홀란드가 멀티골을 터트리면서 파리는 이전에 수도 없이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겪었던 상황을 다시금 맞이했다. 파리에서 뛰는 선수들이 무엇을 위해 이 팀으로 와서 이 고생을 하겠는가? 네이마르가 PSG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하지 못한다면, 이 팀으로 올 이유가 있었겠는가?
물론 네이마르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선수들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당연하지만 챔피언스리그는 정말로 어려운 대회이고, 선수들이 잘해줘야 하는 건 당연지사며 운도 따라줘야 한다. 펩 과르디올라가 맡았던 바이에른 뮌헨과 맨체스터 시티를 보자. 축구에 혁명을 불러온 감독조차 결승 무대를 밟지 못했다.
그러나 네이마르는 이 어려운 일을 해낸 적이 있다. 현대 축구에서 가장 강력한 공격진의 한 축이었으며, 소위 MSN 라인이라고 불리우는 그들은 바르셀로나를 이끌고 2015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네이마르는 리오넬 메시와 루이스 수아레즈에게 찬스를 만들어주거나 혹은 그들로부터 찬스를 받으면서 그야말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이들이 보여준 모습은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 그리고 2017년, 네이마르는 제발로 팀을 떠났다. 상대적으로 수준이 떨어지는 팀 그리고 리그에서 뛰기 위해서.
네이마르는 자신을 위해서 모든 플랜이 짜여진 클럽에서 더욱 경기 내적으로 존재감을 뽐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그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네이마르가 파리로 넘어오고 나서 첫 번째 시즌, 그들은 레알 마드리드를 만났다. 네이마르에게는 자신의 재능을 보여줄 최적의 기회였다. 그러나 상대를 물리치기에 굉장히 벅차 보였다. 결국 1차전을 3-1로 패했다. 심지어 홈에서 치러진 2차전은 부상 때문에 관중석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당연하지만 이 경기도 파리가 패했다. 작년은 상황이 더욱 좋지 않았다. 네이마르는 또 다시 부상을 당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1차전 원정 경기를 2-0으로 승리했으나 홈에서 3-1로 패했다. 이 패배는 팀에게나 네이마르에게나 정말로 뼈아팠다.
그 이후로 PSG는 1년동안 칼을 갈아왔다. ‘미션 도르트문트’, 그들은 이번 16강전을 이렇게 불렀으리라. 사실 파리 도시 전체가 16강전에 매우 큰 기대를 갖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화요일 밤에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그것이야말로 PSG의 축구를 본 사람들이라면 더욱 익숙했던 장면이었을 것이다. 멘탈적으로 흔들리고, 손발은 맞지 않고, 네이마르의 폼은 상당히 저하되어 있었다.
물론 PSG도 네이마르가 이 경기를 부상으로 결장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 2년간의 악몽을 되살리고 싶지 않았으리라. 이번 경기는 네이마르가 지난 2월 1일 PSG가 몽펠리에를 상대로 5-0 승리를 거둔 경기에서 부상을 당한 이후로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경기였다. 갈비뼈 부상 치료와 회복을 목적으로 낭트, 리옹, 아미엥전을 모두 결장했었다. 그리고 나선 도르트문트전에서 그는 상대편의 피지컬적인 압박과 강력함에 조금은 무기력해 보였다.
경기 이후 인터뷰에서 네이마르는 자신을 지난 경기들에서 제외했던 결정이 잘못된 것이라고 실토했다. “4경기나 결장하는 건 곤란하다. 이는 내가 내린 결정이 아니라, 팀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물론 이에 대해서 팀과 얘기를 나눴지만, 그들의 결정에 불만을 가졌던 건 사실이다. 나는 뛰고 싶었고, 몸상태도 괜찮았다.” 토마스 투헬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네이마르의 핏이 썩 좋은 상태가 아니라고 밝혔다.
실제로 전반전을 보고 있자니, 이 무기력해 보이는 28살짜리 선수가 과연 222m 유로를 주고 데려온 선수가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였고, 여기서 더 나아가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는 일도 요원해 보였다.
PSG 선수들은 공을 잡으면 네이마르부터 바라봤지만 네이마르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도르트문트 선수들은 네이마르의 폼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하키미와 후멜스는 네이마르를 이전처럼 견제하지 않았다. 이에 네이마르는 자신이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애쓰기 시작했다. 전반전이 2분 가량 남았을 무렵, 네이마르는 먼 거리에서 도르트문트의 골키퍼 뷔어키를 슛을 날렸으나, 공은 골대가 아닌 관중석을 향했다. 네이마르의 팬서비스에 대한 화답으로 돌아온 건 팬들의 조롱 뿐이었다.
네이마르는 후반전에도 뛰었지만, PSG는 도르트문트의 조직력과 스피드를 이겨내지 못했다. 네이마르가 왼쪽에서 공을 잡고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제이든 산쵸가 상대를 교란하는 모습에 감명받은 어떤 선수가 본인도 그와 같이 할 수 있다고 재롱을 피우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악셀 비첼과의 경합 상황에서 네이마르가 비첼에게 엘보우를 먹인 순간만큼은 항상 자신감이 넘치고 행복해 보이던 선수가 아니었다.
그러나 심각한 부진에도 불구하고, 홀란드가 선제골을 넣은 이후로 네이마르는 자신만의 페이스를 찾는 듯 싶었다. 음바페가 오른쪽에서 상대를 뚫어내고 공을 밀어주었으며 네이마르는 득점으로 연결했다. 이는 2017년 3월 이후로 첫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의 득점이었다. 아시다시피 이 경기는 바르셀로나가 캄프 누에서 PSG를 상대로 기적적인 6-1 승리를 거둔 그 경기였으며, 네이마르는 이 날 멀티골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번 경기에서 동점골을 넣은 순간 역시 네이마르의 커리어에 있어서 최고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네이마르가 너무 과하게 자축했는지 뷔어키가 그를 자제시킬 정도였다.
그리고 이 득점 장면은 음바페에게도 역시 가장 번뜩이던 순간이었다. 음바페 역시 투헬의 5-2-3 포메이션의 최전방에서 그 나름대로 고전했으며, 열심히 뛰어다녔지만 질 좋은 패스를 받지 못했다. 그가 처음으로 공을 잡은 건 경기가 시작하고 7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음바페 역시 도르트문트의 수비 라인이 그간 프랑스에서 만났던 팀들보다는 더욱 정교하고 경험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지난 2018 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활용했던 넓은 공간은 나오지 않았다. 마침내 음바페가 좁은 각도에서 발리킥으로 PSG의 첫 유효 슛팅을 만들어 냈으나 경기는 이미 60분 이상 흐른 후였다.
물론 음바페는 네이마르처럼 당장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목매지는 않을 것이다. 21살의 나이지만 이미 월드컵 우승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몽펠리에전에서 투헬 감독은 음바페의 폼이 좋지 않다고 여겼는지 그를 교체 아웃시켰고, 이 때문에 언쟁이 발생했다. 그리고 음바페는 이번 경기에서 자신이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걸 세계에 다시금 각인시키고자 경기에 임했는지 어떨는지 모르겠지만, 홀란드와 산쵸의 퍼포먼스에 허를 찔렸을 것이다.
2차전은 3월 11일, 파리에서 펼쳐진다. 그러나 PSG의 경기력, 클럽 내외로 발생하는 잡음들 그리고 최근 몇 시즌 간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PSG가 보여준 암울한 기록을 보고 있으면. 선수들의 이름값과는 별개로 그들이 결과를 뒤집을 거란 확신이 생기지 않는다.
1인자인 메시를 뛰어넘고 싶어서 나갔지만
정작 3인자라도 해보고 세계 정상에 서봤을때
옆에 누가 있었는지 생각해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