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01 02:51

시골 버스기사로 1년 반 근무한 후기(약스압)

조회 수 477 추천 수 14 댓글 7

2018년 이맘때 뜨거워지는 태양 아래서 운행교육 받던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세월이 지났네요.  이곳에 혹 버스운전을 생각하고 계신 분이 있으시다면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ㅇㅇ시의 시내버스회사에서 1년 반동안 일했던 경험을 늦게나마 글로 써볼까 합니다. 타 사이트에도 올릴 예정이라 음슴체로 쓰인 점 양해 바랍니다.




어렸을 때부터 자동차, 그 중에서도 버스에 관심이 많았음. 그래서 군대도 운전병으로 다녀왔고.(정작 중형운전병이라 버스 핸들은 잡지도 못했음..)

운전병으로 복무하던때 운전하는게 정말 재밌어서 나중에 운전쪽으로 직업을 가져볼까? 하고 생각하기도 했었음. 정작 첫 취업은 시설관리용역업체 전기원으로 했다만...

 

시설관리 취업하고 4년쯤 지났을 때였나? 그전부터 가끔 D모 사이트 버스갤 눈팅을 했었는데, 그러다가 나보다 어린 나이에 버스기사로 취업한 20대 기사들이 올리는 글들을 보았고 그중 한명이 맛깔나게 써 올리던 버스기사 근무일기를 재미있게 정독하게 되었음. 솔직히 나도 버스에 관심이 있던 상태였고 시설관리 전등갈이 일이 월급도 짜고 적성에 안맞아 이직을 생각하고 있었기에 '아 나도 버스운전에 도전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면허시험장에서 독학으로 7번만에 대형면허를 따고 공무원 직렬 중 버스기사 경력으로 들어갈수 있는 운전직 공무원이 있다는 걸 알고 운전공무원 도전을 명분으로 바로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냄.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버스기사는 경력직만 뽑다보니, 처음에는 경기도에 있는 경력무관으로 초보자들을 뽑아준다는 마을버스회사를 들어갔음. 회사에서는 일단 오라고 했고 그날부터 난생 처음 고시원(회사에서 제공하는 기숙사) 생활을 시작함. 사x인 모집공고에는 그 지역의 큰 시내버스회사 계열사라길래 '그래도 다른 마을버스보단 근무조건이 좋겠지?'했는데 착각이었음. 버스라는게 이렇게 힘든줄은 몰랐음. 나름 빨리 다닌다고 생각했는데, 앞차와는 점점 멀어져가고 뒤차는 붙어오고, 그러면 손님 쌓여서 내 시간 다 까먹고 들어가고, 그러다보니 화장실도 제대로 못가고 뺑뺑이.. (먼저 들어오신분 말로는 신호위반, 과속을 하지 않으면 배차간격을 맞출수가 없는 구조라고 하더라.) 결국 2주 일하고 그만두게 됨. 그렇게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와서 취업사이트를 돌아다니다가 옆동네에서 버스기사 양성교육 교육생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우연히 접하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원했다가 운 좋게 선발되고 6주간 교육을 받은 다음 취업알선을 받아서 ㅇㅇ시에 있는 시내버스회사에 들어가서 농촌을 주로 다니는 노선에서 근무하게 되었음. 주로 시골노선을 다니는 근무조라 모 대학교 가는 노선을 제외하면 장날이나 되어야 입석이 생길까말까한 정도로 손님도 많지 않았고, 작년 여름에 사람이 없어서 한달에 2~3일 쉬고 근무한게 좀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적성에 맞는지 할만하긴 했음.ㅎㅎ

 

일단 버스기사일을 하면서 제일 힘든 게 남들이 다 쉬는시간, 다들 노는 날에도 나와서 근무해야 한다는 것임. 새벽 3시, 4시에 일어나서 출근해야 하고 순번대로 근무하니 주말이고 공휴일이고 명절이고 없음. 일하는 날이 평일이고 쉬는날이 주말. 목요일 밤에 일하면서 라디오에서 '내일만 버티면 신나는 불금입니다!' 이런 방송을 들을때마다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 이런 생각이 들고... (반대로 월요일에 휴무가 걸리면 '이제 주말이 얼마 안남았어요ㅠㅠ'하는 방송도 웃으면서 들을 수 있지만ㅎㅎ)  장점이라면 대부분의 근무 시간이 혼자인 관계로 누군가의 눈치도 볼 필요 없이 마음 편하게 근무함. 본​인 배차시간 끝나면 칼퇴근이고 회식 은근 강요 그딴것도 당연히 없음​. 그리고 시골이다 보니 가끔 어르신들께서 음료수나 강냉이같은 먹을걸 주시는거 받아오는 재미도 있고.. 

 
그리고 운행중 사고는 내가 맘먹고 신경쓰면서 좌,우, 사이드미러확인 철저히 하고 3초의 여유를 가지고 다니면 90% 예방이 가능함. 하지만 운행코스표를 보면 그게 쉽지가 않지. 내가 타던 노선은 차 1대로 운행하는 시골노선이라 배차간격은 신경쓸 필요 없었다만, 왕복 40분+ 다음코스 출발까지 여유시간 10분짜리 노선을 운행할때. 빨리 회차지 도착하기 위해 1차선 시골길 풀악셀로 때리기 시작하는데 앞에서 기어가는 레미콘이나 덤프, 40km/h로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달리는 앞차를 보면 나도 모르게 한숨 푹 쉬게 된다...ㅋㅋ 

위와 같은 상황에서 앞차를 추월하려고 중앙선을 넘어가는데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서 차라던가 오토바이나 자전거가 튀어나온다? 이러면 못 피하고 사고나거나, 급브렠을 밟아 손님들 다 넘어지거나 하겠지. 이렇게 발생하는 사고는 억울하지도 않지.왜냐? 내가 무리한게 분명하거든.

그러나 사고, 특히 차내안전사고는 정말 어처구니없게 일어나는경우도  많음.  30km도 안되는 속도로 방지턱 넘어가다가 마침 일어나려던 노인 손님이 넘어지는 바람에 발생한 사고사례도 있고.. 동료분들을 지켜보면 안전사고 한번 나면 일단 신경도 쓰이고, 회사(심각한 사고면 경찰서까지 가야 하고)에서 사고조사한다고 이리저리 불려다니고, 아프다는 손님은 버스회사에 전화하면 돈나오는줄 잘 알고 있어서 처리하기 매우 빡침.

난 그래도 근무하는동안 운이좋은건지 큰 사고는 없었고, 차고지에서 주차하다 뒤차 박은거랑 그외 자​잘하게 차체 긁어먹고 찌그러뜨린거말곤 없어서 정말 다행으로 생각함... 

 

그렇게 경력 1년을 채우긴 했는데, 타고다닌 차가(대X버스) 운전직공무원 경력요건에 10cm차이로 미달이라서 응시조건이 안됨.ㅠㅠ 그래서 공무원 경력을 위해서 올해 초에 퇴사하고 지인 소개로 전세버스회사 45인승 통근버스를 운행중임. 경력 다 채울때쯤  통근버스에 대해서도 여기 올려볼 생각임.


마지막으로  인증사진 몇장..

EGE-5-hUEAELgW7 (2).jpg 시골 버스기사로 1년 반 근무한 후기(약스압)

EGE-43jUcAAWtBR.jpg 시골 버스기사로 1년 반 근무한 후기(약스압)

EGE-38-U8AAgnCg.jpg 시골 버스기사로 1년 반 근무한 후기(약스압)



  • [레벨:5]하피 2020.06.01 06:46
    저도 20대 후반부터 마을버스 시작해서 올해 버스 3년차인데 적성에 안맞으면 정말 힘든일이죠.. 앞으로 하고싶은 일, 좋은 선택하시어 꽃길만 걸으시길.
  • [레벨:30]석촌호수 2020.06.01 08:53
    멋있다..공항리무진 쪽은어떰?대한항공쪽은 정말좋다는데...지금이야 좀 예외적인 상황이고
  • [레벨:22]슈르르까 2020.06.01 11:26
    ㅎㅎ 멋있네요
  • [레벨:6]밀옴 2020.06.01 13:08
    32살에 버스취업할려고 대형따고 버스자격증딸려는데 우한폐렴땜에 이번달 중순으로 미뤄졌네요 ㅎㅇㅌ
  • [레벨:25]거울보니안습 2020.06.01 22:12
    저도 버스기사 생각중입니다 궁금한게 있는데 버스면허는 대형면허 따고 1년 경력이 있어야 된다고 하던데 대형따고 바로 마을버스가 가능한건가요??
  • [레벨:2]수미칲 2020.06.02 06:22
    거울보니안습 작년까지는 대형면허 취득후 바로 취업이 가능했었지만... 작년부터 법이 개정돼서 면허취득후 1년이 안되셨으면 화성 교통안전공단에서 별도 운행교육을 받으셔야 합니다.
  • [레벨:31]개장수해리케인 2020.06.02 14:19
    눈무엇 ㄷㄷ

글 목록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잡담 축의금은 준대로 받는게 아닌가요? 3 [레벨:27]신흥강호콩고 2020.06.01 235  
잡담 헤드헌터 연락왔는디 4 [레벨:2]호떡 2020.06.01 289 1
잡담 중소기업 인사총무직 연봉 2550인데.. 10 [레벨:10]달나라곰돌이 2020.06.01 530  
잡담 콜센터 인바운드 일 많이 빡센가요? 6 [레벨:14]0514 2020.06.01 335  
질문 자소서에 과이름 들어가도 상관없나요.. 7 [레벨:21]수원시 2020.06.01 268  
잡담 두군데 지원 하긴 했는데 [레벨:30]Cara J 2020.06.01 60  
잡담 내일 최종면접 떨어지면 고향가서 살아야지 4 [레벨:26]정자왕 2020.06.01 343 4
질문 내일채움공제 관련 질문 4 [레벨:37]Mina 2020.06.01 408  
잡담 주방보조하려고 이것저것 검색해봤는데.. 3 첨부파일 [레벨:24]찐따투잡알바 2020.06.01 384 1
알바 급전 알바 보통 어떤 거 하시나요? 4 [레벨:24]무리뉴가또 2020.06.01 407 1
직장 [극분노] 조합원 ㅅㅂ새끼 [레벨:25]유닠한윤희♥ 2020.06.01 239  
직장 지난 주 실적이 나왔습니다. 이게 다 여러분 덕분입니다. 2 첨부파일 [레벨:3]녘.net 2020.06.01 929 16
잡담 시골 버스기사로 1년 반 근무한 후기(약스압) 7 첨부파일 [레벨:2]수미칲 2020.06.01 477 14
잡담 인생상담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1 [레벨:3]포좀달라이마리야 2020.06.01 211 1
잡담 알바라도 하고싶다 [레벨:35]배주현씨 2020.06.01 114 2
잡담 서울사는 펨창들 직장 대전으로 내려가라하면 갈꺼임? 10 [레벨:39]정은원안타 2020.06.01 265 2
잡담 신입질문있어요. 5 [레벨:22]쥬지육림 2020.05.31 234 2
잡담 창업 관심있으신분 있습니까 7 [레벨:5]만약에 2020.05.31 408 1
잡담 이시국 취업난에 당신의 선택은?! 3 [레벨:2]ㄴㅇㄱ 2020.05.31 238 1
잡담 26살 전재산 8 [레벨:16]안갯길 2020.05.31 368 2
게시판 목록 페이징 이전 1 ... 32 33 34 35 36 37 38 39 40 41 ... 다음
/ 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