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오늘 펨코에선 '산후조리'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한국여자만 특별한 생물이라는 포텐글엔 "한국여성만 산후조리를 하고 한국에서만 산후조리원이 있다"는 내용이였고 댓글은 천 개가 넘게 달릴만큼 뜨거웠다.
그렇다면 과연 '산후조리'는 한국여성만 하는 것일까? 그리고 외국은 정말 산후조리를 하지 않는 것일까?
이에대해 알아보고자 글을 써본다.
<90년대 산후조리원이 등장하기 이전 한국에서의 '산후조리'란?>
(대한민국 대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드라마의 한 장면)
1990년대 이전까지 대한민국은 '대가족'의 비율이 높았다. 60년대의 산후조리는 산모의 집에서 하는 비율이 80%였으며 대부분 가족 및 친지가 산모를 돌봐주는 것으로 외국의 산후조리사 역할을 대신했다. 문제는 1990년대부터 발생한다.
한국의 빠른 경제성장과 함께 대한민국 가정의 구조도 급격히 변화한다. 핵가족화가 빠르게 진행되었고 여성의 사회진출과 맞벌이 부부의 비중이 증가했다. 90년대부터 제왕수술비중이 증가하며 산모는 가정집보다 병원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게된다. 결정적으로 90년대 후반 IMF가 대한민국을 강타한다.
IMF 이후 가정경제력이 쇠퇴하고 개인이 부담해야할 출산에 대한 부담이 막대해지자 친지간의 협력으로 유지하던 산후조리 문화는 유지하기 어렵게된다. 외국과 달리 당시 한국은 국가 차원의 출산 지원이라는 개념이 전무하던 시절이였다.
지금도 남편의 육아휴직을 쓰기 쉽지않은 상황인데 90년대 IMF시절은 오죽했으랴. 맞벌이 가정은 증가하는데 가정경제력은 쇠퇴하여 돌봐줄 사람은 없다. 국가의 산모복지는 사실상 없던 시절. 산모를 케어해줘야 할 가정과 국가의 역할이 시장으로 넘어가며 등장한 것이 '산후조리원'이다.
(출처: 김연정, 정미라 (2012년 6월). “한국 산후조리 문화의 변화에 관한 연구”. 《아시아문화연구》 제26집)
(1999년 2월 10일자 매일경제 신문에 실린 기사 - 왜 대한민국에서 '산후조리원'이 탄생했는지 쓰여있다)
당시 기사내용: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고 핵가족화하면서 출산과 육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가 직장을 가지고 있으면 산모는 출산의 기쁨을 만끽할 여유도 없이 산후조리 걱정에 빠진다. 이런 사회적 추세를 감안해 지난해부터 국내에서도 산후조리원이 하나둘 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10여개의 체인본사가 성업 중이다.
<그렇다면 해외는 산후조리를 하지않는 것인가? 해외의 산후조리 방법은 무엇일까?>
(펨코에서 산후조리를 깔때마다 등장하는 기사)
산후조리를 깔때마다 종종 가져오는 근거로 "영국 왕세손비도 애낳고 바로 퇴원했다"는 기사를 인용한다. 그러면서 해외는 산후조리가 없다고 주장하는데 그럴리가 있나. 산후조리의 개념은 영어로 postnatal care 일본어는 産後の養生 프랑스는 soins après l'accouchement 등으로 불리고 있다. 여성에 따라서 골반 크키 및 몸상태에 따른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애를 낳고 바로 활동이 가능한 여성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여성도 있다. 이는 서양과 동양 모두 마찬가지다. 따라서 왕세손비의 경우로 일반화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마치 군대에 가면 다 특급전사가 된다는 황당한 논리와 다를바 없다.
일단 서양의 산후조리 서비스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네덜란드의 경우 첫 10일간 5~6회의 조산사 방문과 별도로, 첫 42일 중 7~8일간 하루 6시간씩 모성 돌봄조력자(MCA)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모성 돌봄조력자는 한국의 산후관리사와 유사한 직무를 담당하며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이를 조산사에게 보고하는 것 외에 산모가 충분히 쉴 수 있도록 가사일, 다른 자녀 돌봄, 방문객맞이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네덜란드 산모의 90% 이상이 모성 돌봄조력자의 도움을 받고 있으며 서비스 비용은 의료보험 적용이 된다. 영국을 포함 다른 유럽국가들의 상당수는 이와 같은 산후조리사의 돌봄을 받고있다.
북유럽의 경우 ‘출산 급여’의 일부로 무료 산후조리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역시 재가 서비스가 주를 이루지만 한국의 산후조리원과 유사한 ‘산후조리를 위한 모성센터’를 국가가 운영한다. 산모와 신생아 및 가족이 함께 생활한다는 게 한국과의 차이점
미국의 경우 Doula라는 직업이 존재한다. 산전부터 출산, 산후까지 관리해주는 전문가들이며 출산 전부터 출산 후까지 산모를 케어한다. 아이를 돌보는 것을 직접 도와주기도 하고 교육도 해준다. 이 밖에도 Midwife, physical therapist 등의 출산 전문가들과 연계하여 산모의 산후조리를 책임진다.
(출처: http://www.hani.co.kr/arti/society/women/797404.html / 미국에서 출산을 돕는 전문가들 - Obg,Midwife, Doula)
참고로 유럽의 경우 국가가 산후관리시스템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위에 언급한 것 뿐만 아니라 출생신고가 접수되면 2-3주 후 Child health clinics 소속의 지역 간호사가 집으로 방문하여 신생아의 상태를 파악하고, 지역 의원과 연계하여 정기적으로 관리를 받게 하며 the Kraamzorg 라고 불리우는 출산 도우미는 일반적인 집안일부터 장보기 까지 도와준다. 또, 산과 간호사는 8시간동안(하루에 8시간) 옆에서 산모를 보조 해 준다.
국가가 지자체와 병원과 연계하여 이정도의 산후조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한국의 부부도 산후조리원에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산후조리 복지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논의된 기간자체가 얼마되지 않는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결국 국가가 지원해야할 산후조리 서비스를 시장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유럽과 같은 복지를 누릴려면 증세는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일본의 경우는 어떨까? 일본의 산후조리 시스템>
(일본 조산원에서 운영하는 산후케어센터, 출산을 하는 곳(왼쪽)과 숙박하는 곳(가운데, 오른쪽 출처 : 일본 아고라 조산원 홈페이지)
펨코에서 항상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옆 나라 일본도 산후조리원이 없는데 한국은 왜 있냐"라는 주장이다. 일단 근거부터가 틀렸다. 일본에선 산후조리원이 존재한다. 조산원에서 운영하는 산후케어센터가 그것이다. 일본의 각 지역에는 ‘산후케어센터(産後ケアセンター)’라는 일반사단법인업체가 있다. 들어가서 아기를 낳고 며칠 있을 수 있는 센터다. 한국의 산후조리원과 비슷하지만, 아기는 병원에서 낳는 한국과 달리 일본의 산후케어센터는 아이까지 케어센터 안에 있는 조산원에서 낳는다.
또한 일본에선 병원이 산후조리원의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다. 일본은 한국에 비해 출산으로 인한 입원기간이 길다. 자연분만은 7일, 제왕절개는 8~9일 정도 입원하는데, 이 기간엔 케어 뿐만 아니라 조산사와 간호사에게 육아관련 지식도 배운다. 목욕하기 실습/모유수유/정신건강 강좌(멘탈케어)/기본 육아 강좌 등 한국에선 산후조리원에서 가르쳐줄 법할 것들을 병원에서 가르쳐준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한국보다 세율이 높아 출산 및 출산이후 케어 서비스에 대해 국가가 지원하여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출처: 기사 - [생활]일본에서 아이를 키우다 : 출산과 산후조리)
펨코에서 산후조리 논란을 볼때마다 항상 드는 의문이다. 왜 한국여성만 산후조리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참고로 산후조리원도 신상아의 감염등의 논란이 존재한다.(기사참조: 산후조리원 감염 근 4년간 400건 넘어) 가장 좋은 것은 네덜란드 처럼 정부와 지자체와 병원이 연계하여 가정에 직접 찾아가 국가가 산모를 케어하는 산후조리 시스템이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이런 부분에서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 부분을 산후조리원이 맡고 있는 것이고 외국의 경우도 이름만 다르지 산후조리원의 역할을 하는 기관이 존재한다.
산모들에게 허영심을 부추기는 특정 산후조리원을 욕해야지 왜 힘들게 출산까지한 산모를 욕하는 것일까? 어제 댓글만 천개가 넘어간 포텐글(https://www.fmkorea.com/3217339134)만 보더라도 산후조리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댓글로 보X년이라 욕하고 추천을 누르는 유저들을 보며 황당해서 이런 장문을 글을 써 본다.
나는 해당글에 추천을 누르고 댓글로 산모를 욕하는 펨창들에게 한 번 묻고싶다. 90년대 이후 산후조리원의 이용률은 23%에서 2009년 이후엔 40% 이상으로 증가하였다.
단순계산으로 펨코의 주 이용층인 10~20대 남성들의 어머니와 출산을 한 누나의 약 1/3은 산후조리원을 이용한 것이다. 해당 포텐글에 동의한 유저들은 지금 당장 본인의 어머니나 누나에게 가서 "혹시 출산 후 산후조리원을 이용했냐"고 물어보시라. 그렇다고 한다면 포텐글의 내용을 읽어드리는걸 추천한다. 해당 글을 읽으며 자기 아버지를 '느개비'라 비하하는 메갈과 본인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꼈으면 좋겠다.
<3줄 요약>
1. 산후조리원은 IMF로 인한 가정의 붕괴와 국가의 출산지원 복지의 미비로 이를 시장이 맡으며 탄생한 것이다
2. 한국만 산후조리를 한다는 것은 거짓, 외국도 다 산후조리를 한다.
3. 외국의 경우 산후조리원의 역할을 하는 기관이나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유익하셨으면 추천 감사합니다>
산후조리를 빌미로 돈을 너무 받아먹는 산후조리원과 자기 분수에 맞지 않게 허영심으로 비싼 산후조리원에 가는 산모들이 문제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