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24 14:55

살면서 겪은 소소한 일

조회 수 1776 추천 수 8 댓글 17
Notes_201124_150515_2.jpg 살면서 겪은 소소한 일

나는 고등학생 때 공부를 조금 많이 열심히 하는 편이었어. 그래서 우리 학교는 야자 시간이 10시 30분까지였지만 야자 감독 선생님 허락을 받고, 내가 가장 마지막에 문단속을 하고 12시에 나가곤 했어. 우린 과목 별 선생님들이 야자감독을 하신 게 아니라 정말 야자 담당 선생님이 계셨고 그분이랑 많이 친했어서 가능했던 거라 생각해. 

아무튼 그 날도 다른날처럼 아이들이 다 나가고 선생님도 퇴근하시고 나 혼자 야자실에서 공부중이었는데 갑자기 밖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여기서 알아둬야 할 게 우리 학교는 야자건물이 아예 따로 있었어 야자 건물에 들어가면 1층 야자실이 있고 1층 야자실에 들어가면 일반 책상들이 열람실처럼 죽 놓여있고 그 안쪽에 전교 1등부터 30등 안에 드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곳이 있었어. 나는 가장 안쪽의 그 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바깥 분이 드르륵 열리는 소리가 난 거야. 그때까지만 해도 별 일 있겠나, 누가 참고서나 문제집을 두고 가서 다시 왔나보다, 이런 생각을 했지. 근데 이상한 건 30분이 지나도 다시 나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어.

그래서 나는 슬슬 무서워지기 시작했고 남은 공부는 내일 새벽에 일찍 와서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나가려고 했는데 밖에는 굉장히 허름한 옷을 입은 노숙자로 보이는 아저씨가 조용히 걸으면서 학생들 책상의 이름표를 읽고 있었어. 순간 몸이 굳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는데 그 아저씨는 나를 보더니 왜 안 가고 여기 있냐, 몇 학년이냐, 집에 데려다줄까? 등등을 물어보며 계속 웃으셨어. 뭔가 그 상황에서 갑자기 도망을 가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하면 더 위험할 것 같았기 때문에 침착하게
"이제 문 잠그려고 하는데 혹시 무슨 볼 일 있으세요?" 하고 여쭤봤어 그랬더니 그 아저씨는 그래, 그렇구나 그래 그렇구나 그래 그렇구나 그래 그렇구나 그래 그렇구나 이 말만 계속 반복하면서 밖으로 나가셨어. 

나는 안도됨과 동시에 지금은 밖에 나가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에 당시 근처에 살던 사촌오빠에게 와 달라고 전화를 했고 다행히 오빠 차를 타고 집에 잘 갈 수 있었어. 

그 뒤로는 나도 다른 학생들과 같이 집에 일찍 가기 시작했어. 그러다가 두세 달 뒤 쯤 야자 건물 전체 방송으로 학교에 신상불명의 괴인이 들어왔으니 흩어지지 말고 야자실에 들어와 각자 학부모님께 전화를 드리고 부모님이 찾아올 수 없는 학생은 선생님들 차를 나눠타고 가라는 말이 나왔어. 나는 그 말을 듣고 바로 집으로 가서 그 사람의 얼굴을 보지는 못했지만, 나중에 듣기로 허름한 옷을 입고, 머리가 단발정도로 내려오는 노숙자같은 아저씨가 신문에 칼을 감싸서 학교 안에 들어왔고, 캠퍼스 내 중앙 공원에서 잡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그 아저씨는 내가 본 아저씨였을까?
읽어줘서 고마워!
[포텐 금지 설정된 글]
첨부 파일
첨부파일

글 목록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공지 반일정치글, 정치분란조장댓글 관련 유저를 아래와 같이 조치 36 운영진독고 2021.02.25 2484  
문명/역사 고려 최고의 무장 척준경도 다굴에는 장사없었다 14 [레벨:1]안칠라 2020.11.24 1904 9
리뷰(스포有) 미국 군대 기본 훈련 / 직업 훈련 썰 수요 있나여? 19 첨부파일 [레벨:32]소녀전선 2020.11.24 355 5
질병/상처 백신은 뭘로 이루어져 있나요? 10 [레벨:22]닭집수비수준ㅋㅋ 2020.11.24 1463 3
문명/역사 핵탄두에서는 방사능 안 나오나요?? 3 [레벨:26]비엔나소세지볶음 2020.11.24 653  
문명/역사 소주 가격의 변천사 133 첨부파일 포텐 [레벨:26]정치는대국적으로 2020.11.24 63257 197
자연/생물 여기서 정리해보는 코비드 백신의 메커니즘 18 첨부파일 [레벨:24]Malarkey 2020.11.24 3193 22
문명/역사 서양 왕들의 별명 121 포텐 [레벨:25]역사게시용 2020.11.24 20818 61
자연/생물 여기는 태평양 바닷속 1 동영상 [레벨:29]가나다라마법학과 2020.11.24 1223 1
문명/역사 처세의 달인. 가후 73 첨부파일 포텐 [레벨:2]MYOB 2020.11.24 15321 80
사건/사고 2000년 전남 고흥에서 일어난 새마을금고 이사장 살인사건 6 첨부파일 [레벨:34]오예크시맨 2020.11.24 2248 11
질병/상처 코로나 백신의 미스테리 11 첨부파일 [레벨:24]65kg 2020.11.24 3348 18
문명/역사 타우러스 공대지 순항 미사일 9 동영상첨부파일 [레벨:38]츄는사랑입니다 2020.11.24 1158 2
사건/사고 역대급 기레기 사건으로 불린 나주 초등생 성폭행 사건 98 첨부파일 포텐 [레벨:40]BJ박민정 2020.11.24 41491 240
문명/역사 이집트의 마지막 왕 이야기 32 첨부파일 포텐 [레벨:26]정치는대국적으로 2020.11.24 21925 128
문명/역사 명량 해전 이순신 장군님의 연설 1 동영상 [레벨:21]배돈 2020.11.24 1377 2
썰/괴담/번역 살면서 겪은 소소한 일 17 첨부파일 [레벨:1]호구마밤구마냠 2020.11.24 1776 8
문명/역사 이건 너무한거 아니냐 국방부 새끼들아?? -제독들의 반란- 29 첨부파일 포텐 [레벨:24]Intruder 2020.11.24 38463 130
질문/요청 수류탄을 철모로 덮으면 어떻게 됨?? 21 [레벨:36]Torukia9 2020.11.24 5462 5
일생/일화 기술직 공무원 중 가장 빡세다는 직렬 jpg 184 첨부파일 포텐 [레벨:24]clutch 2020.11.24 70564 175
사건/사고 엄마를 죽인 전교 2등(약스압) 3 첨부파일 [레벨:5]병원 2020.11.24 2519 7
게시판 목록 페이징 이전 1 ... 416 417 418 419 420 421 422 423 424 425 ... 다음
/ 4,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