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14 21:50

"알리고등학교"를 아시나요?

조회 수 2646 추천 수 6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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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 때였나..... 하여간 아이들 사이에서 연합고사나 그 이후 어느 학교에 배정될 것인가를 두고 수군댐이 무성할 무렵, 학교에 아주 색다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건 특이한 이름의 신설학교가 생긴다는 것이었지요. 이름은 `알리` 고등학교. 
"와 알리인데? 무하마드 알리가 짓는 기가?" 
"그 알리하고 같은 알리긴 한데 무하마드 알리는 아니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지어 주는 학교란다." 
"뭣이라?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와 한국에 학교를 지어 줘?" 
"가아~~들 돈 많잖아. 옛날에 미국 사람들도 기독교 학교 많이 지었잖냐. 그런 거 아니겠나? " 

사실인지 헛소문인지 지금 와서는 분간이 가지 않습니다만 갑자기 학교에선 `알리고등학교`의 소문이 불길처럼 번져 갔습니다. 소문이란 사람들의 입을 거칠수록 형상을 갖춰 가고, 마침내는 소문을 낸 사람들에게 또 다른 형상이 되어 돌아오는 법이죠. 알리고가 그랬습니다. 
"알리고는 학비가 없다칸다." 
"2학년때 수학 여행을 유럽으로 간다 카드라." 
"영어 선생은 몽땅 미국 사람이고 전부 기숙사 생활을 한다카대." 

태풍이 따뜻한 바닷물로부터 힘을 받아 그 소용돌이의 폭과 크기를 늘리듯, 아이들의 입놀림이 주를 이룬 유비통신과 카더라 방송의 합동 중계는 알리고의 명성을 더욱 높여 갔습니다. 알리고등학교가 생긴다는 지역인 주례 쪽 아이들이 어깨에 힘을 주도 다닐 정도였지요.
"주례 교도소가 딴데로 가고 거기 알리고등학교를 짓는단다. 우리는 당연히 그리로 떨어지겠지. 느그는 가야고등학교나 가라. (제 모굡니다 ㅠㅠ) " 

꿈의 `알리고`의 소문은 무성한 숲을 이루어 학교 안에 깊은 그늘을 드리웠고 성미급한 아이들은 자기 엄마한테 주례로 이사가자고 조른다 어쩐다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 이번엔 알리고에 대한 핑크빛 환상에 갈색 페인트를 끼얹는 전언들이 나돌기 시작했지요. 

"야 근데 그 학교 제 2외국어가 아랍어란다." 
"우이? 아랍 어? 사우디 아라비아 말을 배운다 말이가?" 
"와 지난번에 사우디랑 축구할 때 이상한 지렁이같은 글자 안나오더나? 그기 아랍 글자인기라." 
"야 야 아랍 어는 물론이고, 학교에 소세지 반찬도 싸오면 안된단다. 회교도들은 돼지 고기를 안묵는다카대?"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솔직히 아랍어가 독일어보다 낫지 않냐?"는 반박과 "야 전부 기숙사 생활하는데 뭔 도시락이고? 돼지고기 안주면 안묵으면 되지 뭔 걱정이고?"는 상당히 이성적인 주장에 알리고에 대한 `마타도어`는 자일리톨 만난 충치균처럼 사그러져 갔으니까요. 그러나.......

결정적인 풍문 하나가 우리 반 아이들의 일부를 극렬한 반 알리고 `주의자`(?)로 만들어 놨습니다. 알리고등학교에서 이슬람교 교리 공부를 시키고, 미션 스쿨처럼 전교생이 메카를 향해 기도를 하는 예배 시간이 있을 거라는 새로운 뉴스가 그 범인이었지요. 그리고 이 뉴스는 반 아이들 사이에 일대 논쟁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뭣이라? 메카를 향해 기도해야 된다꼬? 그건 말도 안된다." 
"안믿으면 그만이지. 기도하라카면 자면 되잖아." 
"와 즈그 신보고 절하라 카노 이 말이다. 나는 교회 나간다 아이가. 내보고 그카면 콱 자퇴해 뿔끼다." 

이렇게 시작된 논쟁은 제트 엔진 분사구처럼 뜨겁게 피어 올랐습니다. 교회 나가는 친구들은 눈에 불을 켜고 입에 거품을 물며 아직 생기지도 않은 알리고등학교의 부당한 `메카에 대한 예배`에 분노했습니다. `나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십계명부터 대한민국에는 종교의 자유가 있다는 헌법 제 20조까지 중학생이 동원할 수 있는 근거를 총동원하여 알리고를 비난했지요. 하지만 그때 그 독실한 중등부 기독교 학생회원들을 일순 침묵시킨 단 한 마디가 있었습니다. 

"**여고는 예배 안보면 윤리가 `가`라 카던데. 성경도 시험 본다 카던데." 

이것 역시 사실 그대로는 아니었습니다만, 우리 사이에 퍼져 있던 또 하나의 전설이었습니다. 미션 스쿨 가면 무당의 딸도 성경책을 봐야 하고, 대처승의 아들도 내 주를 가까이 하려함을 무조건 불러야 하는 것이 우리의 상식이었지요. 바로 그 지점에서 알리고를 열렬히 씹던 아이들의 말문이 막혀 버린 겁니다. 하지만 `일순간`이었습니다. 1분 정도 침묵하던 아이들 가운데 S.F.C (기독교 서클 이름이었습니다) 회장하던 친구가 다음과 같은 말을 하면서 교실 안은 또 한바탕 중학생들의 어거지 싸움이 다시 시작됐었죠. 그 뒤에 벌어진 어지러운 말싸움일랑 이제는 다 잊었지만 그 회장 친구의 말만큼은 선명히 기억이 납니다. 
"기독교하고 회교하고 같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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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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