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전국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던
왕년에 잘나간 그 프랜차이즈
배터지는 생'동'까스
1인분을 시키면 왕 돈까스2장, 생선까스 쫄면, 밥, 국물까지
정말 배터지게 먹을 수 있고 묘한 중독성이 있어서
10대와 20대 초반에 정말 미치도록 먹었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데
어느순간부터 매장이 줄어 잘 보이지 않게 되었고
점점 먹는빈도도 떨어져가서
안 먹은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아직까지 전국에 100여 곳이 넘는 매장이 있으니
먹으려고 하면 어렵지 않지만 굳이 찾아가서까지 먹어야하나...
이런 생각이었어서 그런데
https://blog.naver.com/choibongae/222232243331
지난번 와동 돈앤밥스에서 뭔가 아쉬운 쫄면 돈까스 콜라보를 맛 본 이후로
혀에 선명하게 각인된 추억 속의 그 맛을
다시 보고 싶은 욕구를 주체하기 힘들어졌다
찾고 찾아 찾아간 배터지는 생동까스 매장
세월이 그대로 묻어있는 간판
더이상 홀장사는 하지않고 배달주문만 하길래
포장으로 싸왔다
배터지는 생동까스(9,000원)
돈까스 생선까스 쫄면 밥 국물 샐러드 단무지 피클
기억하고있는 그 구성 그대로
먼저 돈까스를 살펴보면
까놓고 얘기해서 이거 제품이다
통등심처럼 보이지만 조각난 고기들이나 얇은고기를
녹말이나 배터믹스로 모양잡아 튀긴
전형적인 냉동제품 돈까스
제품치고는 씹는맛도 있고 퀄리티가 좋은편이지만
까놓고 돈주기 사먹기는 좀 그런 제품인데
이게 왜 그렇게 맛있고 중독성이 있냐고 하면
바로 이 돈까스 소스
이 소스가 배터지는 생동까스의 존재이유라고 봐도 된다
수프가루를 베이스로 케쳡이랑 이런거 저런거 섞은 것 같긴한데
고급스러움과는 아주 거리가 멀지만
그 오묘하게 진하고 부드러운 중독적인 맛
이집 돈까스는 그냥 이 맛으로 먹는거다
바삭함이나 돈까스 고유의맛 같은 건 아무 의미없고
최대한 범벅을 만들어 한방울이라도
소스를 더 먹게 만드는게 포인트
진짜 마법같이 맛이 변한다
그리고 이 가게의 두번째 존재이유 쫄면
한가닥이라도 더 들어가게 꽉꽉 압축시켜놓는게 포인트
밥없이 쫄면 많이로 주문하는게 디폴트일 정도로
이 집의 쫄면 양념은 거의 반칙수준이다
건더기라고 해봐야 콩나물 양배추 몇 조각이 다지만
맵고 짜고 시고 달고 끝 없이 들어가는 찰고무같은 면
돈까스랑 소스의 느끼함을 아주 잘 달래준다
그리고 아주 평범한 양배추 샐러드와 마요드레싱, 단무지와 피클
아주 제품티나는 msg 덩어리 우동국물
결국 냉동제품 돈까스를 각종 제품소스 범벅으로 만들어 먹는
듣기에는 이걸 왜 사먹나 싶은
어이없는 돈까스
전에 먹은 와동 돈앤밥스의 쫄면 돈까스와 비교할때
재료와 음식의 퀄리티만 놓고보면
사실 상대도 안된다 돈앤밥스의 압승
근데 이게 더 끌린다
먹고나면 배도 부르고 만족스럽다
추억보정을 너무 쎄게 먹은건가
아니면 싸구려 입맛이라 그런가
나는 그저 멍청하고 미천한 MSG의 노예인가
그런 것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음식끼리의 궁합이 잘맞기 때문인 거 같다
이 돈까스를 먹고 밥을 한 술 먹으면
느끼해진 입을 쫄면으로 싹 씻어내고
살짝 매운느낌을 단맛 마요드레싱 샐러드로 달래고
입에 쫙쫙 달라붙는 우동국물로 막힌 목을 넘기는
이 회전의 연쇄를 끊어낼 수가 없다
미친 듯한 중독성으로 다 비울때까지 논스톱
몸에 나쁜것도 알고 싸구려인것도 알지만
그런 건 신경 쓸 필요가 없음
저 촌스럽지만 정겨운 로고부터
돈까스도 구성도 그대로
실망을 각오하고 되짚어 본 추억이었지만
너무나 변하지 않아 오히려 당황스럽다
앞으로도 아무생각없이 그냥
맛난 걸 배터지게 먹고싶을때
다시 찾게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