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27 23:13

열차사고 시체 본 썰.txt

조회 수 97457 추천 수 647 댓글 289

두괄식으로 말하자면, 본인은 군번이 두 개다. 06군번은 현역, 07군번은 보충역. 이 사연은 나중에 기회 되면 풀도록 하고,


아무튼 공익 판정을 받고 엄청 기대에 들떴었다. 야 어디 동사무소 읍사무소 면사무소 공익은 뭐 2시에 퇴근해서 피시방 바로 간다는데 나도 개고생만 할 줄 알았더니 개꿀트리 함 타는구나 아이 좋다 제발 읍사무소 제발


응 너 검찰청


???


그렇게 시작된 검찰 공익 생활... 옆집 법원 공익은 맨날천날 사무실 앉아서 커피만 빨고 워드만 존나 치던데 검찰 공익은 그냥 검찰 수사관, 짬 좀 차면 검사의 시다바리 그 자체였다. 심지어 야간 당직도 섰다. 왜? 야간 당직 서는 수사관들 시다바리 해야 하니까.


밤에, 아무도 없는 검찰청 건물 안은 참 조용한데, 당직실은 팩스가 참으로 많이 날아왔다. 대개는 벌금 안 내서 지명수배 당한 양반들이 잡혔을 때 날아오는 검거 보고서가 대부분이었지만, 이상하게 팩스가 들어오는 느낌 자체가 쎄한 경우가 있었다. 마치 바르셀로나에 계약 해지 요구하는 메시의 팩스가 날아들 듯 어딘가 싸늘한 비수 같은 느낌으로 드르륵드르륵 쏟아지는 두어 장의 팩스. 변사사건보고. 사람이 죽어서 시체를 발견했다는 보고서다.


변사사건보고는 대체로 간단한 상황 설명과 몇 장의 사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게 들어오면 반드시, 그게 몇 시가 되더라도 그날 당직인 검사에게 콜을 해야 했다. 왜냐하면 검사가 그걸 보고 부검을 해야 할 지 하지 말아야 할 지 결정을 해야 하니까. 첨부된 사진은 보통 보고를 올리는 경찰 성향에 따라 시체 주변의 상황을 찍어 보내는 정도에서 적나라하게 시체 구석구석을 찍어 보내는 정도까지 다양했는데,


간혹 그런 보고서가 있었다.

사진 첨부 불가.


도저히 시체의 사진을 찍어 보낼 수가 없을 때 불가항력적으로 사진을 첨부하지 않고 상황 설명만 자세하게 써서 보내는 거였다.


그날도 한참을 조용하다 갑자기 띠르르르 하는 소리와 함께 팩스가 한 장 툭 떨어져 내렸다. 확인하러 팩스기에 다가가는데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변사인가? 근데 왜 한 장이지? 보통 변사사건보고는 보고서랑 첨부된 사진 해서 두 장 이상일 건데? 그냥 지명수배자 검거 보고선가?


그리고 보고서를 확인한 뒤 잠깐 심호흡을 했다. 사인 - 사고사. 사진 첨부 불가. 화물열차에 노숙자가 정면 충돌 사망. 그날따라 당직 검사는 하필이면 임관한지 2년도 안 된 여검사였다. 시간은 새벽이었고, 어쨌든 연락은 해야 했다. 관용 전화기를 들어 비상연락망에 있는 검사 휴대폰에 전화를 걸었다. (당직 검찰 공무원은 뭐 하고 있길래 공익이 전화하냐고? 자빠져 자고 있었지 뭐) 발랄한 컬러링 소리와 함께 잠이 덜 깬 검사 목소리가 들렸다.


"검사님, 당직실입니다. 변사 보고 올라왔습니다."

"음... 네... 변사요... 어... 제가 지금... 음... 갈게요...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흐암..."


그리고 15분 정도 후, 당직실 앞에 낡은 아반떼 한 대가 스윽 섰다. 검사의 차였다. 자다 일어난 듯 화장기 없는 얼굴과 대충 줏어 입은 추리닝 차림의 검사는 하품을 쩍쩍 하며 당직실로 들어왔고, 미리 깨워 둔 당직 수사관이 브리핑을 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없고요, 노숙자로 보이는데 XX역 철로를 무단횡단하다가 화물열차에 바로 받친 거 같습니다. 부검은 뭐 할 필요 있겠습니까? 열차 사곤데. 검사의 얼굴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연차로는 2년차라지만 만으로 따지면 아직 1년도 안 된 삼십대 초반의 여검사가 받아들이기엔 좀 센 사건이었으니까.


거기서 내가 조금 감탄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사는 자기가 직접 확인하고 부검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바로 시신이 운반된 의료원으로 가겠다 말한 것.


그리고 내가 상당히 좆같았던 건, 그날 당직 수사관의 한 마디.


"저는 계속 당직 서야 하니까 얘 데리고 가시죠."


그 얘가 나다, 씨발...



사람이 시속 80킬로미터로 달리는 열차에 치인다. 그럼 어떻게 될까? 팔다리 정도는 날아가겠지? 좀 심하면 내장도 쏟아질 거고...


아니다.

사람이 열차에 치이면 어떻게 되냐 하면,

그냥 갈린다.

분쇄기에 갈린 것 처럼 산산조각이 난다.


의료원 시체안치소에 도착했을 때 검사와 내가 본 건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것 같은 철제 안치대가 아니었다. 그 자리에는 양동이가 하나 있었다. 잠이 덜 깬 당직 의사는 풀린 눈으로 "어, 한 반 정도 수습했고요, 그 다라이 보이시죠? 다라이 안에 있으니 확인하려면 하세요. 아직 나머지 조각은 회수 중이고요... 아 거기 마대 건들지 마요. 시신 담았던 거니까." 이런 식으로 씨부렸고, 토하기 위해 근처의 마대자루로 향하던 내 발은 그대로 굳었다. 검사?


ㅆ발 지가 보러 오자 그래놓고 나보고 안에 확인하고 오라 그랬음. 그래놓고 나중에 안치소에서 나가보니 지 혼자 토하고 울고 지랄 났더만...


나중에 2차로 충격 받았던 건, 양동이 안에 있던 내 주먹만한 구슬 같은 게 눈알이었다는 거...



이날 이후로 한 1주일 정도는 진짜 잠도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못 먹었던 것 같다.



혹시 이 글이 흥한다면 다음엔 익사체썰, 용광로 시체썰, 토막살인썰, 그리고 아직까지 내가 의문이 풀리지 않은 미스테리사망썰 풀어봄.

  • BEST [레벨:24]댕장궁 2020.08.27 22:48
    요즘 공익한테 저런거 시켰으면 아마 포털들 발칵 뒤집어졌을텐데...
    말도 안되는 혐오업무에다가 공무원 일 공익한테 전가시키고
  • BEST [레벨:37]AlphaGo 2020.08.27 23:25
    글 소설 읽듯 술술 넘어간다 가끔 재밌는 글 좀 써라
  • BEST [레벨:6]범9 2020.08.27 22:51
    댕장궁 벌써 십이지가 한 바퀴 돌았으니...
  • BEST [레벨:6]범9 2020.08.27 22:31
    결국잘됐지뭐야 미안 썰 푼다고 쓰다가 그때 기억 나서 잠깐 토하고 옴
  • [레벨:13]오띵 2020.08.28 01:05
    와..
  • [레벨:23]원효대사해골물 2020.08.28 01:19
    오 더 풀어줘오
  • [레벨:22]도마도 2020.08.28 01:22
    오 나도 검찰공익이었는데
    검찰청 공익은 공익계의 무사트지ㅋㅋㅋㅋ
  • [레벨:6]범9 2020.08.28 01:23
    도마도 야간 당직 서면서 방호 순찰 돌며 시계 같은 거 시간 맞춰 찍어보심???
  • [레벨:22]도마도 2020.08.28 01:24
    범9 그런건 안했던거 같은데 몇년도 즈음에 하셨나요?
    그리고 어느정도 규모 검찰청인지도 궁금함다
  • [레벨:6]범9 2020.08.28 01:24
    도마도 지청이었고요 소집해제한지는 11년 정도 됐네유...
  • [레벨:22]도마도 2020.08.28 01:25
    범9 오오 저랑 거의 비슷해요!
    서울인근 수도권 지청!
    저도 세어보니 소집해제한지가 11년즈음
    08입소 10소집해제
  • [레벨:6]범9 2020.08.28 01:26
    도마도 오 전 포항지청이었고 07입소 09해제였어요
    09년에 용인 수련원에서 검찰총장배 체육대회 한다고 한번 올라갔던 거 기억나네요
  • [레벨:22]도마도 2020.08.28 01:27
    범9 오오 지금 글 다시 읽는데
    07군번 보고! 용광로 이야기에 포항지청이시려나 했는데 역시
    전 성남지청이었구 저 있을때 장자연 사건이 있었습니다
  • [레벨:6]범9 2020.08.28 01:28
    도마도 저는 유명인 사건은 축구선수 황재원 정도? 기억나네요 ㅎㅎ
  • [레벨:22]도마도 2020.08.28 01:31
    범9 근데 제가 한 1년 늦을텐데
    검사가 시체 보러가는거랑
    변사사건 때 검사 깨우는게 좀다르네요!
    저희는 새벽되면 검사님은 집에 가셨거든요 뭐 한시나 두시나요

    그나저나 저도 공익을 늦게가서 나이비슷하겠네요
  • [레벨:22]도마도 2020.08.28 01:32
    도마도 그리고 개인적으로 85년생 포항 형아들하고 친해서(전86) 괜시리 여러모로 반가운느낌이 드네요ㅋㅋ
  • [레벨:6]범9 2020.08.28 01:33
    도마도 오 저도 86이고요, 우리도 당직 검사님들 1, 2시 쯤 집에 가긴 했는데 변사사건이나 긴급 영장 같은 거 들어오면 콜해서 불렀어요 ㅎㅎ 그리고 시체 보러 가는 검사님들은 진짜 드물었음... 초임이거나 열혈이거나... 골치아팠죠
  • [레벨:22]도마도 2020.08.28 01:38
    범9 오오 반갑습니다! 동갑이네요
    글읽다 검찰청 이라는 글자에 몰입해서 읽었는데 예전생각도 나고 그렇네요
    직원분들하고도 잘지냈고
    참 인생에서 어떻게 보면 가장 걱정없었던 그시기가 생각나네요!
    지금도 정말가끔씩 같은 공익들이나 직원분들도 뵙니다ㅋㅋ
  • [레벨:6]범9 2020.08.28 01:39
    도마도 저도 가끔 방문합니다. 중학교 선배가 아직 거기에서 방호원으로 근무하고 있기도 하고 ㅎㅎ
  • [레벨:22]도마도 2020.08.28 01:48
    범9 리플들 정독하다
    직원대신해서(ㅅㅂ 그땐 다 그랬죠) 닭장차 타고 범죄자 12명 호송하러 구치소갔다가 교도관이 12명인데 왜 13명왔냐고ㅋㅋㅋㅋ 그랬던 기억도 나네요ㅋㅋ
  • [레벨:6]범9 2020.08.28 01:48
    도마도 주말 당직에 구치소에 벌금미납자 처 넣으러 가는 거 공익 업무 아니었나요?
    허허....... 씨부럴...
  • [레벨:22]당면 2020.08.28 01:32
    법의학 책에서 본 열차사고 시체는 인체가 말도 안되게 차곡차곡 접혀져있던데 열차사고라도 다 다른가봐
  • [레벨:6]범9 2020.08.28 01:34
    당면 화물열차 앞코에 정수리부터 갈렸다고 들었음...
  • [레벨:20]핫후라이드마시쩡 2020.08.28 02:41
    당면 방향마다 다름 아예 조각조각 썰릴때도있고 옆으로 부딫히면 그냥 타격부분만 터지고 후자는 직접 본거
  • [레벨:26]쪽본짱꺠멸망기원 2020.08.28 01:37
    용광로 시체썰? 용광로 빠지면 시체가 있나?

    미스테리사망썰 > 토막살인썰 > 용광로시체썰> 익사체썰 순으로 풀어줘
  • [레벨:21]뒷골목왕초보 2020.08.28 01:56
    이런거 한 사람은 검찰청 우대채용 해야하는거 아니냐;;
  • [레벨:25]있지류진 2020.08.28 02:01
    기관사는 무슨죄냐 진짜..
  • [레벨:8]호구슨의뻥글철학 2020.08.28 02:01
    시체 자주봐도 적응안될듯 으으 ㄷㄷ
  • [레벨:5]쥬쥳드드 2020.08.28 02:07
    의경고참이 자기는 익사, 열차사고 수습했었다고...
  • [레벨:22]머리가빛나는지단 2020.08.28 02:24
    재밌겠다
  • [레벨:13]플라나티 2020.08.28 02:31
    소름ㄷㄷ
  • [레벨:11]위닝샷 2020.08.28 03:53
    글 재밌게 쓰심ㅎ
  • [레벨:18]제프리아쳐 2020.08.28 05:30
    열차사고
  • [레벨:3](살짝벌리며) 2020.08.28 08:37
    일해라 핫산!!
  • [레벨:22]냥코모찌 2020.08.28 09:21
    백범 범9센세...
  • [레벨:21]노인틀니약탈자 2020.08.28 09:25
    시체 본 썰이 많네 ㅋㅋㅋ 재밌다이런거
  • [레벨:23]애기바론 2020.08.28 09:43
    이게 미스테리인가
  • [레벨:1]허니버터칩 2020.08.28 10:19
    어우..사람죽은거 한번도 못봤는데 너무 끔찍하네
  • [레벨:17]제마레알 2020.08.28 12:29
    공군 의무대에서 근무했다. 내가 근무했던 부대의 전투기 사고 시체 사진 다 봤다. 사람 식도만 남아있더라.
    그리고 시신(사실상 살점 몇개 바다에서 주은 수준) 아이스박스에 실어서 나르기도 함
  • [레벨:13]김진모니 2020.08.28 15:26
    지하철 공익인 나도 열차사고 한번 못 봤다
  • [레벨:21]임구라 2020.08.28 17:03
    나중에 읽어야지 ㅇㄷ
  • [레벨:25]2113 2020.08.28 21:16
    토막살인썰 미스테리살인썰 너무궁금하다
    짬날때마다 연재 고고고고
  • [레벨:34]DD충 2020.08.29 10:24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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