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9 02:05

유목민족 11편 : 미완의 유목제국 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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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png 유목민족 11편 : 미완의 유목제국 유연
(4세기 후반 유연과 그 주변 국가)


 유연은 4세기 중후반부터 6세기 중반까지 몽골초원에 국가를 건설하고 그곳을 지배했던 유목집단의 명칭이다. 유연의 시대는 몽골 초원의 패권이 몽골어 계통 민족에서 투르크어 계통 민족으로 넘어가는 과도기라고 할 수 있다. 3세기 전반 선비 연합체가 붕괴되면서 탁발, 우문 등 선비 게통 집단들이 고비 사막 이남으로 이동하자 칙륵 혹은 철륵(鐵勒, 이들은 정령(丁零), 또는 고차(高車)라고 불렸고 돌궐 이외에 투르크계의 여러 부족을 일컫는 말이었다.)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유목민이 몽골 초원을 채우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은 6세기 중반 돌궐 제국의 건설로 완결된다.

 유연(柔然)이라는 명칭은 4새기 중반 거록회라는 인물이 몽골 초원에 잔류하던 선비계 유목민들을 규합한 뒤 처음 일컫기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 이들은 여여(茹茹, 벌레가 뭉그러지고 거칠은 모양이라는 뜻), 예예(芮芮, 풀이 무성한 모양이라는 뜻)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졌는데 둘 다 멸시의 뜻을 담고 있다. 특히 탁발 북위 왕조는 유연을 연연(蠕蠕, 벌레가 꿈틀거리는 모양이라는 뜻)이라고 일컫기도 했는데 그들과 오랫동안 전쟁을 하면서 생겨난 반감과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다. 유연의 선조가 북위에서 도주한 노예였다는 '위서(魏書)'의 기록도 마찬가지다. 

 유연에 속하는 유목민의 숫자는 꾸준히 늘어나다가 4세기 중후반 동부와 서부로 나뉘었다. 이들은 말이나 담비 털 등으로 북위와 교역하면서 '겨울이 되면 막남(고비 사막 이남)으로 오고, 여름에는 막북(고비 사막 이북)으로 돌아가는' 생활을 했다. 이들은 당시 북중국을 제패한 북위에 복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4세기말 도무제는 원정을 감행하여 타격을 입히기도 했다. 


image.png 유목민족 11편 : 미완의 유목제국 유연

 유연이라는 유목국가는 이러한 군사적 압력과 위기 상황 속에서 탄생했다. 402년 사륜이라는 인물이 스스로 '구두벌가한(丘豆伐可汗)'을 칭하고 "처음으로 군법을 세웠는데, 1000여명을 군(軍)으로 삼아 군마다 장(將) 1명을 두고, 100명을 당(幢)으로 삼아 당마다 수(帥) 1명 두었다."고 한다. 후일 중국 사가들은 이때 처음으로 '카간(可汗)'이라는 칭호가 생겨났다고 보았지만 그 전에 생겨났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다만 카간이 유목국가의 군주 칭호로 공식 사용된 것은 구두벌 가한이 처음이었다.

 다른 유목국가들이 그러하듯이 유연도 목축 경제에만 의존할 수 없었고 남쪽의 농경지대에서 필요한 물자를 확보해야만 했다. 그러나 당시 북중국에는 같은 유목민 출신의 탁발인이 세운 북위가 버틴 채 유연에 대해 강경책을 고수하고 있었기 때문에, 과거 흉노가 그랬듯이 군사적 약탈과 외교적 협상을 동시에 구가하는 소위 '외부변경정책'이 통하지 않았다. 유연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후진, 북연과 화친을 맺거나 남조 정권에 사신을 보냈으며 중앙아시아의 도시들과도 관계를 맺었다. 그러나 북위는 거듭된 원정을 통해 사람과 가축을 대대적으로 약탈·살육·사민하는 정책을 실시함으로써 유연을 경제적으로 봉쇄하고 정치·사회적으로도 곤경에 빠뜨렸다.

 

image.png 유목민족 11편 : 미완의 유목제국 유연
(당시 유연 주변의 서역 국가들)


 이로 인해 유연의 지배를 받던 투르크계 유목민들의 이반이 빈번해졌다. 487년에 북위에 대한 공격을 반대하던 고차 부복라부의 추장 아복지라는 관할 하의 10여만락을 이끌고 서쪽으로 도망가 짐사르에서 이른바 '아복지라국(이후 고차국)'을 세웠다. 이후 아복지라는 유연의 통제를 받던 고창국의 함씨 정권을 무너뜨리고 자신이 조종할 수 있는 장씨 정권을 세웠으며 언기(焉耆)에서 선선(鄯善)까지 진출해 이곳의 교통로마저 장악했다. 고차국은 에프탈의 침입을 받고 내분이 일어나 혼란에 빠졌지만 505년 세력을 다시 회복했다. 그 뒤, 고차국은 508년 북위와 연합해 유연을 물리치고 유연의 타한 가한을 죽였다. 516년 유연은 고차를 물리쳤지만 520년에 또 가한이 죽임을 당했고 심지어는 521년에는 내분이 발생하였다.

 심지어 유연은 고차의 공격을 받아 몽골초원을 빼앗기는 일까지 발생했다. 내분으로 둘로 나눈 유연의 두 카간은 북위에게 귀문했고, 북위는 이 둘을 살게하고 고차를 위무하고 추장을 카간으로 책봉하는 등 지원을 통해 양자를 견제했다. 그러나 523년 그 중 한 명인 칙련두병두벌 카간이 몽골 초원으로 복귀해 세력을 회복한 뒤 고차를 공격해서 물리치고 우위를 확보했다. 524년 유연은 '육진의 난'으로 북중국이 혼란에 빠져들어 세력을 확장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얻어 발전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결국 유연이 539~542년 내지는 540~541년 경에 고차를 대대적으로 공격해 고차국을 붕괴시키고 분열된 북중국에 대한 공세를 강화시켰다.

 

image.png 유목민족 11편 : 미완의 유목제국 유연
(돌궐의 최대 영역)

 그러나 546년 고차 부족이 반란을 일으키자 돌궐이 유연을 도와 이를 진압한 뒤 그 보상으로 카간의 딸과의 혼인을 요구했다. 그러나 유연의 칙련두병두벌 카간(아나괴 카간)은 "너희는 나의 대장장이에 불과한 놈(鍛奴)인데, 어찌 나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이냐"며 거절했다. 이에 돌궐은 유연의 사신을 죽이고 관계를 단절한 뒤 유연 대신 서위와 혼인동맹을 맺었다. 552년 돌궐의 수령 투멘(土門, 또는 튀멘)이 공격을 해오자 유연은 회황진 북쪽에서 대패했고 칙련두병두벌 카간은 자살했다. 이후 유연의 잔여 세력들은 다시 카간을 세워 부흥을 꾀했으나 돌궐과 북제 등의 지속적인 침입을 받았고 결국 5세기 초부터 유지해왔던 몽골 초원의 패자로서의 지위를 완전히 잃은 채 영원히 소멸되어버렸다.

 이렇게 유연은 외적으로는 북위와의 대결로 물자 획득에 어려움을 겪고, 내적으로는 투르크계 유목민들의 반발에 직면하여 흉노와 같은 강력하고 안정된 제국 체제를 만들지 못한채 종언을 고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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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벨:2]스섹 2020.10.28 22:33
    유연 이후에 텐샨산맥 넘어서 투르크화 된거 임?
  • [레벨:5]사이타마 2020.10.28 22:37
    스섹 쫓겨나서 아바르 칸국을 건설했어요
  • [레벨:34]뷔페니즘 2020.10.28 22:36
    유연이 유럽으로 이동해서 아바르 칸국을 건국했다는데
  • [레벨:5]사이타마 2020.10.28 22:38
  • [레벨:29]오메가헌터 2020.10.29 01:29
    뷔페니즘 어? 아빠 환국...??
  • [레벨:2]블라튀하는찐따야 2020.10.29 00:32
    역사 좋아하지만 쫓겨난다는 개념이 잘 이해가 안된다.

    농경사회의 경우 외국이 처들어오면 그냥 지배자가 바뀌는건데 쟤넨 통째로 쫓겨나는건가?

    몽골지배때도, 일제시대때도 한반도 인구의 99%는 한국인이었을텐데 쟤넨 민족구성 자체가 바뀌나?
  • [레벨:5]사이타마 2020.10.29 00:54
    블라튀하는찐따야 흉노나 다른 유목민족들을 보면 실제로 몽골초원에서 쫓겨나면 다른 민족에게 흡수되거나 다른 지역으로 도망가서 민족구성이 쉽게 바뀜
  • [레벨:2]ROUTE66 2020.10.29 02:13
    유목민족 11편 : 미완의 유목제국 유연 ㅇㄷ
  • [레벨:8]바리바리s 2020.10.29 02:21
    재밌네 다음편도 기대합니다
  • [레벨:30]포계의업상입니다 2020.10.29 04:07
    이궐처라가한
  • [레벨:10]나는가입안했어 2020.10.29 05:26
    역사에서 특히 북방사에서 북방민족들 세력도 바뀌는게 정말 순간순간인거같음.
    철륵도 여러 부족체 연합같은데.. 위구르나 오이라트같은 민족들은 몽골계가 맞겠죠?
  • [레벨:5]사이타마 2020.10.29 09:27
    나는가입안했어 철륵은 연합체라기보단 돌궐을.제외한 투르크계 민족을 부르는 말이고 위구르랑 오이라트는 투르크 계임
  • [레벨:20]가버려어엉 2020.10.29 08:20
    kaisenn0127 ㅇㄷ
  • [레벨:24]페더 2020.10.29 15:03
    얘네들이 나중에 진정한 로마가 되는고에요?
  • [레벨:5]사이타마 2020.10.29 16:12
    페더 그건 돌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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