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형욱] '23세' 어린 갑부가 英 3부 선덜랜드를 인수하는 이유
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260&aid=0000001473&viewType=COLUMN
▲ 선덜랜드 구단주 스튜어트 도널드(왼쪽)와 그의 뒤를 이어 구단주가 될 것으로 알려진 키릴 루이-드레이푸스
선덜랜드는 16-17시즌, 17-18시즌이 끝나고 백투백 꼴찌를 기록하며 3부리그(리그1)로 강등되었다. 원래는 2부리그 강등 이후 곧바로 승격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기 때문에 넷플릭스에서는 선덜랜드의 17-18시즌을 촬영하여 "죽어도 선덜랜드"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비록 팀은 기대와 다르게 3부까지 떨어졌지만 "죽어도 선덜랜드"는 상당한 인기를 끌었고, 3부리그로 떨어진 선덜랜드는 시즌 평균 3만, 최다 4만 6천이라는 엄청난 관중 수를 기록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18-19시즌에는 "죽어도 선덜랜드 시즌 2"가 제작되었지만 이번에도 선덜랜드가 승격에 실패하면서 더 이상의 다큐멘터리 제작은 이루어지지 않게 되었다. 칼럼 작성 당시를 기준으로 선덜랜드는 리그1 11위를 기록하고 있었고, 20-21시즌도 승격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리그 성적이 계속해서 부진한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재정난까지 겹치면서, 구단주 스튜어트 도널드는 19-20시즌이 끝난 뒤 클럽 회장직을 사임하고 클럽 매각을 추진하였다. 키릴 루이-드레이푸스(Kyril Louis-Dreyfus)라는 1997년생 청년이 도널드의 지분을 전부 매입할 예정이며, 현재 잉글랜드 풋볼리그(EFL)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새로 구단주로 부임할 예정인 이 청년은 보유 자산이 20억 파운드(약 3조원)에 이르는 젊은 재벌로, 프랑스와 스위스 이중국적자로 알려졌다.
키릴은 성명서를 통해 "역사적인 클럽과 함께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이다. 저희 가족이 축구 산업과 인연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것이다. 선덜랜드가 프리미어리그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라는 얘기를 했다. 앞뒤의 뻔한 이야기는 그렇다 치고, 도대체 이 사람은 누구길래 자기 가족이 축구 산업과 인연이 있다고 말하는 걸까?
루이-드레이푸스 집안은 프랑스의 5대 부자 가문으로 꼽히는 농산물 유통 재벌이며, 키릴의 아버지 로베르 루이-드레이푸스는 독일 아디다스 본사 사장, 영국 광고회사 사치앤사치 사장 등을 역임한 유능한 경영자이다. 로베르는 가업을 물려받은 뒤 1996년 프랑스의 올랭피크 마르세유를 인수하였고, 승부조작 파문으로 2부로 강등됐던 마르세유를 다시 1부로 올려놓으며 팀이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맞이하는 데 이바지하였다. 자연스럽게 키릴은 아버지를 따라 어릴 적부터 마르세유 경기장을 드나들며 축구 팬이 되었다. 하지만 키릴의 아버지인 로베르가 2009년 사망한 이후 마르세유 구단의 지분을 물려받은 키릴의 어머니는 축구팀 운영에 관심이 없었고, 팀을 말아먹다가 결국 2016년에 지분을 매각하였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마르세유와의 인연을 마무리하게 된 키릴은 선덜랜드라는 새로운 팀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 청년이 선덜랜드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키릴은 선덜랜드 인수가 결정된 뒤 프랑스 '레퀴프'와 했던 인터뷰에서 "마르세유는 홈 구장을 소유하지 못해서 많은 문제를 겪었는데, 선덜랜드는 잉글랜드에서 9번째로 큰 규모의 경기장(Stadium of Light)을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선덜랜드는 3부리그에서도 몇몇 프리미어리그 클럽보다 많은 관중수를 기록할 만큼 열정적인 팬들이 있는 팀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경험이 많지 않은 어린 구단주이지만, 구단을 경영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청년인 만큼 팬들은 새로운 구단주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