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02 22:31

[에버튼-맨유] 에버튼을 무너뜨린 무리뉴의 변칙 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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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pg [에버튼-맨유] 에버튼을 무너뜨린 무리뉴의 변칙 전술

무리뉴는 어젯밤 자신이 위대한 전술가라는 사실을 다시금 입증했다. 최근 4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하며 일말의 경질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구디슨 파크에서 맨유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이를 일축시키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중요한 점은 맨유의 핵심 자원인 루카쿠가 필드 위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이번 시즌 맨유의 공격 전술을 논할 때 루카쿠라는 이름은 절대 빼놓을 수 없었다. 이번 여름 무리뉴가 애타게 원해왔던 9번 유형의 선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젯밤 맨유가 펼친 전술은 공격은 마땅한 최전방 공격수를 두지 않는 제로톱 카드였다. 이는 에버튼의 수비적 약점을 적나라하게 파고들기 충분했다.

빅 샘 체제의 에버튼이 지난 8경기에서 4실점밖에 허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어젯밤 무리뉴의 제로톱 카드는 대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었다.


선발 라인업.jpg [에버튼-맨유] 에버튼을 무너뜨린 무리뉴의 변칙 전술
이번 경기 양 팀 선발 라인업

-무리뉴가 빅 샘의 방패를 깨는 방법 : 마샬 제로톱 + 4-3-3 : 포그바 메짤라 
 
무리뉴가 이번 경기에서 제로톱 전술을 꺼내든 가장 큰 이유는 당연하게도 루카쿠와 즐라탄의 부상 때문이었을 것이다. 맨유에게는 최전방에서 버텨줄 수 있는 9번 유형의 스트라이커가 없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루카쿠와 즐라탄이 부상이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제로톱 카드를 꺼내들었을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맨유에겐 래쉬포드라는 또 다른 중앙 공격수 옵션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무리뉴가 그간 자주 활용해왔던 4-2-3-1이 아닌 4-3-3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그의 전술 선택에 대한 이유에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에버튼 기초 수비 대형.jpg [에버튼-맨유] 에버튼을 무너뜨린 무리뉴의 변칙 전술
빅 샘이 고수하는 에버튼의 수비 형태

필자는 무리뉴가 빅 샘이 고수하는 수비 형태를 공략하기 위해 이러한 전술을 꺼내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에버튼의 기본적인 수비 형태부터 짚고 넘어가 보자.

에버튼이 후방에서 수비를 진행할 때면 '지역 수비를 기반으로 한 대인 마크'형태를 유지하는 편이다. 기본적으로는 지역 수비 체계를 유지하다가, 상대가 선수 개개인의 할당 지역 안으로 들어올 경우 대인 마크 형태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만약 위 그림처럼 에버튼의 LCM이 마킹하고 있는 상태에서 상대 RCM이 후방으로 내력갈 경우, 에버튼의 LCM은 자신의 위치를 고수하며 지역 수비 체계를 유지했다.

이 상태에서 빅 샘은 측면 공격수들에게 완전한 대인 마크 형태로 수비할 것을 주문했다. 상대 윙백의 오버래핑을 통제하기 위해서다. 수비시 양 측면 공격수들은 항상 상대 윙백을 자신의 수비 범위 안에 두고 움직여야 했다. 만약 상대 윙백이 1선으로 전진할 경우에는 에버튼의 측면 공격수가 수비 라인까지 내려와야 했으며, 반대로 상대 윙백이 최후방으로 이동했을 때면 에버튼의 측면 공격수는 역습을 준비할 수 있었다.

맨유 변칙 공격 전술.jpg [에버튼-맨유] 에버튼을 무너뜨린 무리뉴의 변칙 전술
에버튼의 수비 형태를 공략하기 위해 무리뉴가 준비한 변칙 공격

무리뉴가 이러한 에버튼의 수비 형태를 깨뜨리기 위해 준비한 카드는 2가지였다. 마샬 제로톱과 4-3-3 포메이션에서 파생되는 포그바 메짤라 롤이었다. 메짤라는 좌우 미드필더가 측면 지역까지 할당하는 역할을 일컫는 용어다.

맨유가 공격을 전개할 때면 린델로프가 높은 위치까지 오버래핑을 시도했고, 포그바가 메짤라 롤에 따라 왼쪽 측면 지역으로 전진했다. 이에 따라 양 윙어인 마타와 린가드가 부담 없이 중앙 지향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린가드 - 마샬 - 마타'로 이뤄진 맨유 좁은 간격의 3톱은 주로 에버튼의 라인 사이 지역에서 활동했으며, 매우 자유롭게 움직였다. 마타는 상황에 따라 오른쪽 넓은 측면 지역으로 벌리며 린델로프의 부족한 공격 능력을 커버했다. 마샬은 양 측면으로 폭 넓게 움직이며 자신의 강점인 드리블 능력을 발휘했다.

무리뉴가 이러한 움직임을 주문한 이유는 에버튼의 중앙 3미드필더를 흔들기 위해서였다. 상술했듯 에버튼의 양 측면 공격수들은 수비시 린델로프와 쇼를 전담해야 했기 때문에 중원 수비 상황에 가담하기 힘들었다. 이말은 즉, 맨유가 공격시 루니, 슈나이덜린, 데이비스 만을 통제한다면 에버튼의 수비 라인과 정면으로 맞붙는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얘기였다.

포그바, 마타 린가드 히트맵.jpg [에버튼-맨유] 에버튼을 무너뜨린 무리뉴의 변칙 전술
이번 경기 포그바와 린가드, 마타의 히트맵 (c)whoscored.com

우선 포그바가 왼쪽 넓게 벌리니 오른쪽 미드필더인 데이비스가 측면으로 빠질 수밖에 없었다. 상술했듯 블라시치가 쇼를 자신의 수비 범위 안에 두며 활동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에버튼은 2가지 상황에 직면해야 했다. 첫째는 데이비스와의 간격 유지에 따라 미드필더 라인이 오른쪽으로 처지는 것이고, 둘째는 슈나이덜린과 데이비스 사이에 공간이 노출되는 것이다. 에버튼은 전자의 상황이 되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에버튼의 미드필더 라인은 단 3명의 선수들 만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이 오른쪽으로 처진다면 볼라시에(LW)와 루니(LCM) 사이에 많은 공간이 노출됐다. 만약 빅 샘이 이러한 '포그바 메짤라 롤'을 예측했다면, 에버튼이 4-5-1 지역 수비 체계를 유지하도록 주문했을 것이다.

에버튼의 라인 사이 지역에서 활동한 마타, 마샬, 린가드의 역할은 유기적으로 내려가 볼을 받아주는 것이었다. 이들은 마티치-에레라 선에서 볼을 받아, 에버튼의 미드필더 라인을 이끌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움직였다. 상술했듯 빅 샘이 '지역 수비를 기반으로 한 대인 마크'수비 형태를 고수한다는 점을 공략한 내용이었다. 루카쿠에 비해 민첩성이 뛰어난 마타, 마샬, 린가드는 여기서 생겨나는 빈 공간을 매우 위협적으로 공략했다.

무리뉴 전술적 노림수 - 공격 단계, 득점 상황.jpg [에버튼-맨유] 에버튼을 무너뜨린 무리뉴의 변칙 전술
무리뉴 감독의 전술적 노림수 - 공격 전개 장면, 득점 장면

이러한 공격 전술은 일반적인 페너트레이션 단계에서도 상당히 많은 공헌을 했지만, 가장 결정적인 마샬의 득점 장면에서도 중요한 작용을 했다.

마샬의 득점은 맨유의 수비 - 공격 전환 단계에서부터 시작됐다. 블라시치는 이 상황에서 쇼를 수비 범위 안에 둔 채로 움직였기 때문에 1차적으로 빠른 복귀를 하지 못 했다. 그리고 린가드가 홀게이트를 끌고 중앙으로 좁혀 전진한 포그바가 공간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상황에서 에버튼의 미드필더 라인이 복귀해 포그바를 중심으로 좁은 간격을 형성했지만, 루니와 데이비스가 간격을 유지하는 탓에 박스 아크 지역을 인지하지 못 했다. 결국 마샬은 이 지역에서 자유롭게 슈팅을 시도할 수 있었으며, 이는 맨유의 첫 득점으로 연결되기에 전혀 이상하지 않을 공격 전개였다.

-맨유의 수비를 전혀 위협하지 못한 에버튼

에버튼 역습 옵션.jpg [에버튼-맨유] 에버튼을 무너뜨린 무리뉴의 변칙 전술
에버튼의 수비 - 공격 전환 단계시 2가지 옵션

한편 에버튼은 빅 샘 롱 볼 축구의 핵심이 되는 칼버트-르윈이 선발로 출전하지 않았다. 이날 에버튼의 최전방 공격수는 오마르 니아세였다. 그렇기 때문에 수비 - 공격 전환 단계에서 롱 볼을 시도하는 빈도가 낮아진 장면들을 꽤나 찾아볼 수 있었다. 니아세는 볼을 받을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양 측면으로 넓게 벌렸으며, 공격 전개의 기점이 되주었다. 

만약 니아세가 측면으로 벌려 볼을 받아주지 못한다면 에버튼은 롱 볼을 시도했다. 롱 볼의 주요 목적지는 오른쪽 측면의 블라시치가 됐다. 그들의 왼쪽 측면에는 187cm의 린델로프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날 에버튼은 전체 공격의 43%를 오른쪽 측면으로 할당했다. 블라시치가 롱 볼을 받을 때면 데이비스가 전진하여 니아세와 함께 세컨볼 싸움을 도왔다.

하지만 이러한 에버튼의 수비 - 공격 전환 단계는 맨유의 골문을 전혀 위협할 수 없었다. 측면으로 넓게 벌린 니아세는 정상적으로 볼을 간수하고, 전방으로 쇄도하는 선수들에게 전진 패스를 넣어주지 못 했다. 니아세의 기본적인 볼 트래핑이 좋지 못했고, 맨유 센터백들의 커버링이 훌륭했기 때문이다. 이날 맨유의 백4 라인은 자유롭게 측면으로 넓게 벌려 수비를 진행할 수 있었다. 마티치의 커버링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또한 블라시치는 쇼를 상대로 공중볼 경합 상황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 했으며, 데이비스와 니아세, 홀게이트까지 펼치는 세컨볼 싸움은 형편없기 마련이었다. 이날 맨유는 16번의 공중볼 경합에서 승리했는데, 이중 8번이 쇼(LB)와 로호(LCB)의 몫이었다.

에버튼 공격.jpg [에버튼-맨유] 에버튼을 무너뜨린 무리뉴의 변칙 전술
에버튼의 공격 형태

만약 볼을 점유한 채 공격 단계로 넘어가는데 성공했다면 상당히 클래식한 대형을 형성헀다. 양 윙백 마르티나와 홀게이트가 높게 전진함에 따라 '볼라시에 - 니아세 - 블라시치' 3톱이 좁은 간격을 형성하고, 데이비스가 전진하여 연결 고리 역할이 되어준 것이다.

경기 전체적으로 데이비스가 루니에 비해 비교적 공격적인 역할을 맡은 이유는 2가지었다. 첫째는 에버튼의 공격 - 수비 전환 단계를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함이었다. 데이비스는 활동량과 적극성에 강점을 가진 선수다. 만약 에버튼이 전방에서 볼을 탈취당했다면 데이비스를 필두로 1차적인 압박을 가했다. 이후 2차적으로는 니아세와 데이비스가 2톱을 이루는 4-4-2 대형을 형성하여 맨유의 후방 전진을 통제했다.

둘째는 슈나이덜린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함이었다. 슈나이덜린은 수비력이 강점이지만, 볼을 갖고 있을 때에는 비교적 약한 모습을 보이는 선수다. 그렇기 때문에 게예와 미드필더 라인을 형성할 때면 공격 상황에서 큰 힘을 내지 못 했다. 넓은 시야와 탁월한 패스 능력을 가진 루니가 슈나이덜린과 함께 공존하니 둘의 역할 분담이 뚜렷해졌다. 루니는 밑선에서부터 공격을 전개하는 후방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수행했고, 슈나이덜린은 맨유 역습의 1차적인 저지선이 되어줬다.

니아세 데이비스 히트맵.jpg [에버튼-맨유] 에버튼을 무너뜨린 무리뉴의 변칙 전술
니아세와 데이비스의 이번 경기 히트맵 (c)whoscored.com

-결론

무리뉴의 변칙 전술이 경기 결과를 정한 90분이었다. 빅 샘은 맨유가 지난 경기들처럼 양 윙백의 오버래핑을 활용해 크로스를 통한 공격을 전개할 것이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무리뉴가 제로톱 카드를 꺼내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일 뿐더러, 이번 시즌 루카쿠는 맨유가 치른 대부분의 경기에서 선발 출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빅 샘이 읽은 무리뉴의 수는 완전히 빗나갔으며, 이는 샘 앨러다이스 체제의 에버튼이 구디슨 파크에서 최초로 2실점을 허용한 경기가 됐다.

  • [레벨:8]미랄렘퍄니치 2018.01.02 22:31
    ㅊㅊ
  • [레벨:29]이타 2018.01.02 22:38
    미랄렘퍄니치 추천 감사합니다 미랄렘퍄니치님!
  • [레벨:22]팔로우맨 2018.01.02 22:33
    진작에 이랫어야 했어 포그바가 잘할 수 잇는 역할을 붙였어야지 괜히 철벽수비 박는다고 되도 않는 짓 하니까 선수 장점 하나도 못살렸던거지
  • [레벨:29]이타 2018.01.02 22:38
    팔로우맨 저도 공감하는 바에요. 지난 시즌에는 포그바를 이러한 형식으로 자주 활용했는데, 왜 이번시즌에는 2미들 체제로 갔는지...
  • [레벨:22]킨류 2018.01.02 22:53
    잘읽었어용 비교적 지지부진했던 오른쪽 공격은 마타랑 린델로프 선수의 퀄리티 문제로 해석할수있을까요
  • [레벨:29]이타 2018.01.03 12:00
    킨류 네. 전술 특성상 오른쪽 윙백은 공격적인 롤을 수행할 수밖에 없었는데, 영과 발렌시아가 모두 결장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 [레벨:25]국문학과 2018.01.02 22:53
    잘읽었습니다
  • [레벨:29]이타 2018.01.03 12:00
    국문학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국문학과님!
  • [레벨:21]W.루니 2018.01.02 22:57
    축잘알이시네여 잘읽었습니다
  • [레벨:29]이타 2018.01.03 12:00
    W.루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W.루니님!
  • [레벨:1]0D11 2018.01.02 23:01
    이렇게보니 무리뉴 상대대능능력 아직 안죽은거같네
  • [레벨:29]이타 2018.01.03 12:00
    0D11 가끔씩 왜이러지 싶을 때도 있지만, 이런 경기보면 다시금 명장이란 사실을 느껴요ㅎㅎ
  • [레벨:33]_나초몬레알 2018.01.03 10:35
    잘읽었습니다 오랜만에 정독했네요ㅎㅎ
  • [레벨:29]이타 2018.01.03 12:01
    _나초몬레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나초몬레알님!
  • [레벨:4]머든지 2018.01.03 13:58
    카펠로처럼 이름값만 남을건지 아니면 퍼거슨처럼 살아남을건지 분수령이 될 거 같아요 이런 면모가 챔스에서도 드러날지 아닐지가 문제일듯
  • [레벨:29]이타 2018.01.03 21:35
    머든지 챔스에서의 맨유가 굉장히 기대됩니다. 챔스에서만큼은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기 때문에...
    특히나 저번 시즌 맨유를 이끌고 챔스에 나가지 않아서 더욱 기대되네요ㅎㅎ
  • [레벨:22]문과생입니다 2018.01.03 15:31
    이런 포그바의 메짤라 기용이 루카쿠가 복귀되어도 기용할 수 있나요?
  • [레벨:29]이타 2018.01.03 21:36
    문과생입니다 네 개인적으로는 루카쿠가 복귀한다 한들 충분히 활용할 여건은 된다고 생각해요.
    다만 무리뉴가 다시 고수하던 4-2-3-1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