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16 02:18

군대에서 쓴 글 ) 간부들 까는 소설

조회 수 88 추천 수 5 댓글 1




눈을 뜬다. 


사실 눈은 쉬지 않고 항상 떠 있는 상태이다. 고작나는 눈 위에 덮힌 동 이불을 간신히 걷은 것 뿐이지만 어쨋거나 지겨운 천장이 나를 반기는 건 마찬가지니까 표현이 무슨 상관이랴. 


두 줄의 형광등은 마치 임신테스트기가 당신은 아기를 임신했습니다. 축하합니다. 라고 지껄이는 것 같아 짜증을 불러일으킨다. 그것도 미혼의 어린 여성한테 놀리듯 말이다. 나는 미혼의 어린 남성이니까 당신은 군대에 와있습니다. 국방의 의무를 짊어진 것을 축하합니다. 뭐 이정도겠지



 지독하게 나를 유린하던 그놈은 시신경만의 끔찍함으론 부족하다는 듯이 두줄의 선분을 현란한 움직임으로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개의 막대기는 지휘봉이다. 아침의 끔찍함을 고막 속으로 내려꽂아주기 위한 그놈의 의료도구 지휘자가 봉을 흔들자 공연은 시작됐다. 귀를 연다. 아니 사실 귀는 항상 열려있으니까 무기력하게 귀가 강제로 열린다. 적들은 강제로 귀를 개방시켜버렸고 열려버린 작은 구멍속 무기력함과 짜증이 마구잡이로 쓸려 들어왔다. 정도가 적당하겠지 빰빰빰빰 빰빰빰빰 빠라라라라빰빠 힘찬 트럼펫이 연주의 막을 열었다. 연주회장에 힘찬 교향곡이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곡 이름은 베토벤의 5번 교향곡 운명 너는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지체 건강한 남자로 태어나버리려 이 연주를 들을 수 밖에 없다 라는 희롱의 의미겠지 연주회장 전체의 공기가 끔찍함에 침식되기 시작했다. 공기청정기는 연신 나쁨과 매우 나쁨 사이를 오가며 살려달라고 아우성 쳤다. 1악장은 끔찍하게 힘찬 1악장이 시작하자 관객들은 마치 음악을 듣기 전에는 꿈을 꿨고 이제 본래의 삶으로 다시 회귀했다는 듯이 움찔거리기 시작한다. 다시 2악장 역겹게 3악장 어지럽게 마지막 4악장 힘차게 연주의 끝을 알리듯 기상나팔 소리가 가볍게 다시 울리기 시작했고 감명받은 관객들은 자리에서 기립하기 시작했다. 나도 자리에서 기립했다. 음악에 감명 받은 우리의 마음은 말랑해질때로 부드러워져 속마음을 거리낌없이 풀어놓기 시작했다. 아 씨발 좆같네 





치렁치렁한 쇠사슬이 매우 거슬린다. 자리에서 일어나 이불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오는 간단한 움직임에도 육중한 쇠사슬이 거슬려 힘겹기만 하다. 모든 행동엔 제약이 있다. 신체의 움직임 하나하나에도 쇠사슬이 연결되어있어 잘그락 거리는 쇠들의 마찰소리가 나기때문에 주인님들의 눈치를 살금살금 봐야하는것이다. 아직 잠이 덜깬 나는 멜로토닌의 유혹에 못 이겨 침대에 몸을 던지려는 시늉을 했으나 거대한 쇠뭉치가 나를 잡아끌어 원하는 행동을 하지 못하였다. 점호장엔 쇠사슬에 억눌려 제대로 서있지도 못하는 사람들 무리가 있었다. 나도 그 원안으로 들어가 조용히 그들의 일부가 되었다. 그 순간 구역질이 났다. 나와 우리의 꼬라지가 역겨웠던 걸까 아니면 우리앞에 서있는 플라스틱 사슬을 몸에 가볍게 걸친 저 인간이 구역질을 유도한 것일까 아마 둘다 일것이다. 플라스틱 사슬은 몸이 무거워 죽겠다는 시늉을 한다 그래봐야 안은 텅텅빈 가짜규정들이면서 누가 모를줄아나 이곳에선 가짜 사슬들이 모든 쇠사슬을 등한시한다. 정작 머리가 텅텅빈 것들은 플라스틱인데 말이야 그들빼고 모두가 아는 진리인데 참 플라스틱이 쇠보다 무겁다고 주장하는 그들의 진보는 플라스틱이 발전되기 이전인 18세기에서 멈춰있는 것같다 그래서 나는 퇴고를 거듭하며 인생을 퇴보 시키고 있는 그들이 역겨워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다. 

내가 이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갑자기 발현된 짜증의 표출이라고 하면 가장 적절할 것이다. 수면의 시작과 끝 내 몸속의 주입되는 영양분의 종류와 양 심지어는 내 머리속에서 표출되는 갖가지의 생각더미들 마저도 내 몸을 어지럽게 둘러싸고 있는 이 쇠사슬에 구속되어있다 이 상황이 나를 매우 괴롭게 한다. 때문에 나는 쓴다. 쇠사슬의 무게를 간신히 버티고 아득바득 기어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려 놓는다. 그리고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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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 [레벨:35]FCB9 2020.02.16 20:23
    우리의 적은 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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