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06 15:04

머피

조회 수 171 추천 수 2 댓글 1


자고 일어나니 택배가 와 있었고 설레는 마음으로 현관문을 열었다. 

어젯 밤 동안의 찬 기운이 방 안에 훅 하고 밀려왔고 서늘함 감각을 느껴며 택배 상자를 집어들었다. 



산타의 선물을 기다리던 아이처럼 성급하게 포장을 뜯기 시작했다.

내가 주문한 옷이 택배 상자에 고스란히 담겨있었고 잠옷 차림이었지만 입어보고 싶단 마음에 서둘러 옷에 걸쳤다.



내 몸에 맞춰 만든 옷 처럼 딱 붙었고 디자인 또한 매우 마음에 들었다. 순간 올라간 심박수는 기분좋음의 표현이었다. 

순간 할인 전 가격이 궁금해 옷에 붙은 딱지를 보았고 그 순간 모든 설렘은 기분 나쁨으로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내가 산 옷이 아니었다. 내가 산 옷 보다 가격대가 더 낮은 하위 모델이었다. 환불 신청을 해놓고 아까의 동작을 거꾸로 하며 택배를 포장했다.

택배 상자를 방 어딘가에 대충 던져놓았다.



출출했지만 먹을 건 없었고, 집에 있는 거라곤 오래된 시리얼과 우유뿐이었다. 대충 우유에 시리얼을 말아 입에 욱여넣기 시작했다.

꾸역꾸역 들어가는 단 맛은 짜증났던 기분을 조금은 풀어주었다. 



대충 배를 채운 후 우유가 조금 남은 그릇을 싱크대 언저리에 대충 올려두었다. 바로 설거지를 해야 우유 찌꺼기가 남지 않겠지만 귀찮았다.

그게 실수였다. 끄트머리에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던 그릇은 나의 헛 손질 한 번에 툭하고 바닥에 추락해버렸다.



탱그랑 툭 플라스틱 그릇의 요란한 소리가 방 안을 가득채웠고 곧 이어 우유 냄새의 역겨움도 방 안을 채웠다. 

입에서 자동으로 육두문자가 나왔다. 짜증이 마구 났지만 꾹 참고 바닥을 치웠다.  



바닥을 치운 김에 가득 쌓여있는 설거지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좁아터진 싱크대엔 그릇들이 아우성치고 있었다. 

그릇들을 설거지 하다 자리가 부족해 또 그놈의 "끄트머리" 에 거품칠을 한 그릇을 올려두었다.


끄트머리에 있는 그릇을 잡으려다 손이 미끄러져 그릇이 또 다시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번엔 플라스틱의 요란스런 소리가 아니었다. 유리 그릇의 신랄한 파괴금이었다. 



쨍그랑 소리와 함께 통증이 신경을 타고 뇌로 올라왔다. 바닥을 보니 선혈이 바닥이 툭 툭 떨어지고 있었다. 

아킬레스 건이 얕게 찢어져있었고 붉은 색 피는 멈출 줄 몰랐다. 


그놈의 끄트머리, 그놈의 머피 

 

[포텐 금지 설정된 글]
  • [레벨:13]조하트레블 2020.11.07 17:47
    오우 왜 불행은 항상 겹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괜찮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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