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했던 계절이 지났다. 추위를 잘 타는 내겐 벌써 겨울이 성큼 다가온 것만 같다. 겨울이 오면 기분이 착 가라앉는다. 아무래도 한 해의 마지막 계절이기 때문일 테다. 어제를 마지막으로 하던 일도 끝이 났다. 문을 열고 나오면서 느꼈던 기쁨 감정도 잠시였다. 하루가 지난 내 기분은 겨울을 맞은 것과 같다. 가라앉아 있다.
취미와 글을 위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난 글에만 집중했고 파고들었다. 일에 대해선 아는 게 없었다. 그저 취업의 최소 조건에 맞추려고 노력했을 뿐이었다. 어떤 일이 있는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할 시기에 말이다. 그건 늦은 깨달음이었다.
나는 한 가지 일밖에 할 줄 모른다. 두 가지를 병행하는 건 이질감을 불러일으킨다. 집중력이 너무도 낮은 탓에, 한 가지 일을 할 환경을 만들어놔야 한다. 그래서 다른 일이 끼어들 틈이 없다. 오랜 나쁜 습관으로 길러진 결과인 걸까.
태생적으로 어쩔 수 없는 게으름일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건, 그걸 깨부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흔히들 말하는 게으른 완벽주의에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추락하는 기분을 곱씹다 보면
'어쩌면 취업하기 싫은 게 아닐까?'하는 의문이 든다. 하기 싫은 일을 업으로 삼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들면 난 답답함에 내게 따지듯 묻는다.
'그럼 뭐 어쩌겠다는 건데?'
이제 나는 내가 생각했던 일자리는 다른 이들이 바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아버렸다.
다른 길을 갔다 왔다. 그리고 초점을 잘못 잡았다. 취업을 하게 되면 추구하던 것들을 모조리 잃어버릴 것이다.
그게 두려운 것이다. 그게 싫은 거고,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피곤에 절어 집에 돌아오면, 휴식에 전념할 것이다. 한 줄의 글도, 한 조각의 상상도 하지 않을 것이다.
창작에 대한 열의도, 한 장의 책을 읽는 것조차도 다음 날로 미룰 것이다.
그토록 염원하던 영혼의 배부름은 피폐해지고, 굶주릴 것이고 그것에 익숙해져 배고픈 줄도 모를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배곯음을 참지 못하고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모래처럼 어쩔 수 없는 것에 대한 이유를 나열하며 구멍 난 가슴에 시멘트를 부어 버리겠지.
타성에 젖은 채 다른 즐거움을 추구하겠지. 자극적인 즐거움에 눈이 멀어, 공허함이 진실을 데리고 와도 금세 잊어버릴 거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게 있을까? 아니, 없다. 인정해야 한다. 받아들여야 한다.
나를 달래는 건, 잠들기 전 뒤척이며 놓지 못하는 망상들이 전부일 테다. 이상에 잃은 시력에 현실의 안경을 쓴다.
도수가 맞지 않지만, 쓰다 보면 익숙해지겠지. 저 깊은 가슴 한켠에 한 톨의 희망을 나도 모르게 숨겨놓은 채로. 나조차도 자각하지 못하게. 그래야만 떠나가는 것을 구태여 잡으려 하지 않을 테니까. 그래야만 하니까.
올해 졸업하고 취업에 계속 뜨거운 합격을 하고, 면접 준비니 자소서를 다시 써야 한다느니 하는 변명을 대며 취업에 도움이 될만한 어떤 것도 따로 준비하지 않은 채 이번 년을 마무리 하려니 저라는 사람이 참 게으르고 비겁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빛을 받으려면 움직여야겠죠 다들 화이팅입니다